환자 본인서 추출한 면역세포로 암세포 정밀 공격
부작용 적고 기존 항암요법과 병행해 효과 극대화
국내 연구개발 걸음마단계… 정부차원 적극 지원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북서쪽에 자리 잡은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암센터. 지난달 30일 방문한 병원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암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1970년대 백혈병 골수이식을 미국에서 처음 성공하는 등의 성과로 캘리포니아 최고의 암 치료센터로 꼽히는 이 병원이 주목하는 혁신적인 기법은 바로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환자 본인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가 좀 더 암세포를 정확하고 강력하게 공격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재프로그램한 후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체내 암세포를 박멸하는 치료제다. 


레티시아 마르케즈 시티오브호프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최근 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아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개설했다”며 “우리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카이트파마의 CAR-T 치료제 ‘예스카르다’의 임상을 주도하며 미국의 의료기관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경험을 쌓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재 13건의 CAR-T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발성 골수종을 포함한 전립선암, 간암 및 유방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내년 중 9건의 추가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시티오브호프의 연구진들은 조만간 CAR-T가 백혈병 등의 혈액암 치료에서 화학항암요법이나 골수이식 등을 대체하는 표준적 치료법이 되리라 전망했다. 
인체 내 고유한 면역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는 현재 글로벌 의·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면역항암요법(Immune-oncology therapies)’이라는 분야는 별도로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불과 최근 몇 년 사이 암 연구와 치료의 가장 유망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두 번의 모멘텀이 있었다. 2011년 암세포가 체내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회피하는 기전을 역으로 이용해 T세포(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추적·공격하게끔 한 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하면서 불붙은 관심은 지난 9월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가 FDA 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를 통해 시판 승인을 받자 그야말로 폭발했다. 
당시 FDA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래리 곽 시티오브호프 암센터 교수는 “CAR-T 치료제가 보여준 압도적인 암 생존율 데이터와 실제 환자에게서 나타난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는 이 치료제에 대한 반론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임상시험 단계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등 부작용 얘기도 나왔지만 환자들이 누릴 잠재적인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걱정에 불과했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FDA는 노바티스 ‘킴리아’의 승인을 낸 지 딱 한 달 만에 두 번째 CAR-T 치료제 ‘예스카르다’를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께 주노테라퓨틱스의 세 번째 CAR-T가 등장하리라 기대한다. 
‘CAR-T’를 비롯한 획기적인 면역치료제의 등장은 지금까지 이어진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으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암 치료는 지금까지 수술과 화학항암요법·방사능요법 등 세 가지 요법의 단독 혹은 병행 사용을 통해 이뤄져왔다. 하지만 제각각 다른 암 종류와 환자의 유전적 경향을 고려하지 못한 항암치료는 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CAR-T는 환자별로 제각기 다르게 형성된 체내의 고유 면역시스템을 바탕으로 환자 및 암 종류에 딱 맞는 맞춤형 약을 제조·투약하는 치료법이다. 바야흐로 ‘1인 1약(One person One Drugs)’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아직은 면역항암제의 한계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불붙은 글로벌 제약 기업과 의·과학계의 연구개발 경쟁은 쌓인 숙제를 하나씩 해결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컨대 시판 중인 ‘키트루다’나 ‘옵디보’ 등의 면역관문억제제는 일부 암 종이나 환자들에게는 치료 효과 자체가 전혀 없는데다 약을 사용할수록 내성이 쌓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더 많은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자신한다. 
‘키트루다’를 시판 중인 MSD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키트루다를 기반으로 30여 종의 암에 대한 600여 건의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며 가능한 한 많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찾도록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CAR-T의 경우 너무 강한 면역 효과 탓에 도리어 과다면역 반응의 문제점으로 임상시험자가 사망하기까지 했지만 과학계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몸속 CAR-T의 작용을 끄고 켤 수 있는 ‘스위치’ 기법 등을 연구하는 중이다.  
획기적 암 치료법의 등장이 더욱 반가운 것은 암과의 전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리라는 관측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암 사망자 수는 880만명으로 3년 전에 비해 60만명 늘어났다. 한국 역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1990년 3만9,000여명 수준이었던 암 사망자 수는 2016년 현재 7만9,729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 역시 혁신적 암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에 좀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인표 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장은 “그동안의 노력 끝에 몇몇 암종의 생존율은 드라마틱한 개선 효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폐암이나 췌장암 등의 생존율은 10~20%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난치암을 해결할 몇몇 혁신적인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연구개발하려는 노력도 없이 자국민의 문제도 언젠가 해결되리라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LA·샌프란시스코=김경미·김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