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유포된 미군가족 소개령에 
전쟁 임박설 확산, 한국여행 취소 소동도
저질 정치 정보·이념 편향 정크뉴스 확산
정치권 넘어 기업과 교계도 가짜에 곤욕


‘가짜뉴스’(fake news)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촉발되기 시작한 ‘가짜뉴스’ 문제가 이제는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갈수록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면서 사회갈등과 불안을 조장하고, 분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뉴스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과 쓰레기 같은 헛소리를 감별해내는 분별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한인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갈수록 진짜뉴스인양 진화하고 있어 ‘합리적 의심’을 놓는 순간 빠져들기 쉽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뉴스 현상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전쟁임박설’에 한국여행 취소도
북한의 핵ㆍ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지난 9월 한인 여행사들에는 한국 여행계획을 취소하려는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미국은 무력대응 불사로 맞서 군사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던 때였다. 이 즈음 한인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있었다. 
미 국방부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군가족들과 비상시 필수요원이 아닌 군무원 등 비전투요원들을 일본으로 소개하는 후송작전(NEO)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뉴스는 미군 당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위기감은 전쟁임박설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한 한인 여행사 대표는 “당시 나도 그 뉴스를 카카오톡으로 받았고, 주위의 여러 지인들이 전쟁이 날 것이라고 걱정해 한국 출장을 취소했고,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싶다는 고객들이 속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뉴스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한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특히 일부 보수성향 한인 단체의 단톡방에서는 한반도 전쟁임박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주한미군 진화에 진땀  
하지만, 이 뉴스는 분명한 ‘가짜뉴스’였다. 한반도 전쟁임박설을 부추긴 ‘비전투원 소개령’(NEO) 뉴스가 확산되자 주한미군 당국은 9월 22일 이 뉴스가 ‘가짜뉴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전쟁임박설을 진화에 나섰다. 
이 가짜뉴스 소동은 미군 기관지 ‘성조지’에까지 보도됐다. 당시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며, 페이스북에 게시됐던 가짜뉴스 메시지를 포스팅하고, 여기에 속지 말 것을 신신당부해야 했다. 
당시 성조지는 주한미군은 1953년 이후 소개령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하며, 이 메시지가 가짜뉴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군사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SNS를 통해 유포된 가짜뉴스에 많은 한인들까지 화들짝 놀라게 했던 사례였다. 
■‘김정은 체포설’ 등 북한과 안보 관련 가짜뉴스 다수
보수성향이 강한 중장년, 노년층 한인들이 사이에서 자주 유포되는 가짜뉴스들을 보면 북한 권과 관련되거나 전쟁위기설 등 안보 문제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를 이룬다. 또, 일부 가짜뉴스들 중에는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현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메시지들도 적지 않다. 
올해 초 한인들 카카오톡에는 ‘긴급뉴스’란 제목을 단 ‘북한 쿠테타 발생’ 가짜 뉴스가 나돈 적도 있다. 중국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친위부대의 쿠데타로 김정은이 체포되고 새로운 북한정권이 수립 중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새로 들어설 북한 정권 고위관계자들이 서울에 도착해 한국과 미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다. 역시 근거도 신빙성도 없는,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또, 지난 4월에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북폭을 묵인해 트럼프가 독자 북폭에 나설 것이라는 가짜 뉴스가 유포되기도 했다. 이 가짜뉴스는 CNN과 NBC 등 유수 미국 언론을 언급해 뉴스원이 다양하지 않은 한인 노인들을 속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돼 일부 친박 성향 한인들이 격분한 적도 있었다. 

■한인교계도 가짜뉴스로 몸살
가짜 뉴스는 한인 교계에서도 기승을 부린다. 교인들이 대부분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밴드 그룹방, 페이스북 등으로 연결되어 있어 확산속도가 빠르다. 대부분 이슬람 등 타종교와 관련되거나 유명 성직자의 사생활에 대한 가짜뉴스들이지만 교인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긴급속보’나 ‘기도부탁’, ‘널리 퍼뜨려주십시오’ 등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들은 찌라시나 뉴스 형태로 유포돼 교인들을 혹하게 만든다.  
한인 교계에는 ‘한국 선교사 22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형판결을 받았다’는 뉴스가 유포돼 일부 한인 신도들이 구명 기도회를 열기까지 했지만 가짜뉴스 해프닝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 또, 지난해에는 ‘테러조직 IS의 기독교 가정 아기 살해‘란 가짜뉴스가 사진까지 첨부돼 한인들 사이에서 유포됐고,’이슬람 테러리스트와 결혼한 한국 여성의 비참한 삶‘이라는 메시지도 나돌았지만 모두 가짜뉴스였다.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을 표적으로 한 악의적인 괴담성 가짜뉴스들도 적지 않았다. 유명 목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접대를 받았다거나 신도와의 불륜을 폭로하는 정크 뉴스들이지만 무엇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다. 

■‘무료커피’ 가짜광고도  등장
일부 가짜뉴스는 정치적 목적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광고수입이나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교묘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가짜뉴스에 한 번 표적이 되면, 해당 기업들은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가짜뉴스가 정치권을 넘어 기업들까지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기업이나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8월 트윗을 통해 유포된 가짜광고 뉴스로 홍역을 치렀다. 스타벅스 광고를 가장한 이 트윗은 ‘드리머 데이’(Dreamer Day)란 제목을 달고, DACA 드리머 등 서류미비 청소년들에게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광고 뉴스는 스타벅스 로고와 글자체, 아이스커피 사진까진 실려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실제 이 광고를 들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무료커피를 요구한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가짜였다.
스타벅스측의 발빠른 대응으로 이 소동은 잠재워졌지만 가짜뉴스가 얼마나 큰 파급력이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인기 가짜뉴스 랭킹사이트까지 
루머의 진위를 밝혀주는 인터넷 사이트 ‘스놉스 닷컴’(Snopes.com)에는 ‘핫 50’란 제목으로 매일 가짜뉴스 랭킹이 업데이트되기도 한다. 9일 이 사이트에는 텍사스 교회 총격범이 남북전쟁 당시 조직인 ‘안티파’회원이라는 가짜뉴스가 랭킹 1위로 올라있다. 
스냅챗이 올해 말 문을 닫는다는 루머에서 ‘코스트코가 더 이상 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뉴스형태 메시지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가짜뉴스들이다. 

■비판적 안목·합리적 의심 갖춰야
한인들 사이에서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유포되는 곳은 카카오톡 메신저다. 그룹방이 많은 밴드나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도 가짜 뉴스가 양산된다. 
물론 정치적 목적이나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단체나 그룹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이같은 SNS들이다. 
한국의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미국 대선의 러시아 스캔들처럼 가짜뉴스가 정치판을 뒤흔들자 각국 정부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대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뉴스를 접하는 소비자들이 비판적인 안목과 합리적 의심이란 덕목을 갖춰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짜뉴스 제작자로 유명한 폴 호너는 미 대선 직후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사람들은 분명히 더 멍청해졌다. 그들은 계속 무언가를 돌리는데,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뉴스의 출처나 뉴스를 작성한 기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매체를 통해 크로스체킹을 하거나, 팩트체킹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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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인해 지난 9월 한인사회에는 한반도 전쟁임박설이 확산된 적이 있다. 또, DACA 드리머들에게 무료커피를 준다는 스타벅스 가짜광고(맨 오른쪽)가 나돌기도했다. 왼쪽부터 전쟁 임박설을 부추긴‘미군가족 소개령’이 가짜뉴스라고 밝힌 주한미군 당국의 공식성명 내용, 그리고 카카오톡에서 급속도로 유포됐던 김정은 체포설과 중국의 북폭 묵인 가짜 뉴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