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연계 없어 감시와 예측 불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희생될 수 있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암흑의 시대” 


‘이슬람 국가‘(IS)가 사실상 패퇴하고, 알카에다는 존재감이 약해졌지만 테러는 여전히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IS나 알카에다와 같은 무장테러 조직과 연계되지 않은 자생적인 테러리스트,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의 돌발적인 테러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테러 공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시민이나 관광객 등 불특정다수의 ‘소프트 타깃’이 테러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지역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해 누구든지 한 순간에 희생될 수 있어 미국 사회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려움과 공포가 극대화되고 있어서다. 911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외로운 늑대’ 유형의 자생테러 사건들을 분석해봤다.


■새로운 위협, ‘외로운 늑대’ 테러 
10월 31일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붐비던 뉴욕 맨해튼에서 한 소형트럭이 자전거 도로로 돌진,  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명백한 테러였다. 용의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9세 이민자 사이풀로 사이포프였다. 그에게서는 IS나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과의 직접적인 연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배후도 공모자도 없었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전형적인 테러 유형이었다. 
알카에다의 치밀하고 조직적인 테러로 밝혀진 ‘9.11’ 이후 테러 양상은 크게 달라져 테러조직과 연계하지 않는 ‘외로운 늑대들’의 돌발 테러가 속출하고 있어 새로운 공포가 되고 있다. ‘은둔형 범죄자’나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이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14명이 숨진 총기난사도 ‘외로운 늑대’부부의 짓이었지난해 이라는 외로운 늑대가 저지른 ‘나홀로 테러’였다. 
이뿐이 아니다. 2014년 뉴욕 도심에서 경관 2명이 숨진 ‘도끼 테러’사건, 지난해 9월 17일 맨해튼에서 압력밥통을 폭발시켜 29명이 다친 테러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었다. 
또, 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라스베가스 대참사 역시 IS나 알카에다와는 무관했고, 단 한사람 스티븐 패덕이 저지른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독자 테러  
‘외로운 늑대들’은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 즉 소프트타깃을 노리는데다 별다른 기술을 동원하지 않는 단순 수법의 ‘로테크’(Low-tech)를 테러에 사용하고 있어 사전탐지가 어렵다. 
특히, 자국 출신의 자생적 극단주의자나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들은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예측을 하거나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기다 무방비 상태의 불특정 다수 민간인을 겨냥하는 무차별적인 테러를 감행하고 있어 누가 테러의 희생자가 될지 예상조차 하기 힘들다.
사이포프의 트럭돌진 테러나 스티븐 패덕의 라스베가스 총기난사가 그랬다. 지난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테러나 올해 런던과 스톡홀름, 2016년 베를린과 니스 테러 역시 다 같은 유형이다. 
■9.11사태 이후 테러 대부분  자생적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20여건의 테러사건을 분석해보면 10건이 넘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국내에서 자생한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들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하는 테러 사건 대부분이 테러조직과 연계가 없는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3월 3일 노스캐롤리아나의 채플힐에서 9명이 부상당한 대학 캠퍼스 차량돌진 사건, 백인우월주의자가 마틴루터킹스데이 퍼레이드 구간에 폭탄을 설치했다 미수에 그쳤던 2011년 1월 워싱턴주 스포케인 사건, 2012년 7월 극장에 난입,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70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주 오로라 극장테러범도 전형적인 ‘외로운 늑대’였다. 
가장 충격적인 ‘외로운 늑대’유형은 2007년 대학 캠퍼스를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참극이 빚어졌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일명 ‘조승희 사건’이었다.
코네티컷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이나 2016년 7월 25일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역시 ‘외로운 늑대’테러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늑대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외로운 늑대’ 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입국을 막거나 테러조직들을 감시한다고 해서 이같은 유형의 테러를 막기 어렵다. 대테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될 수밖에 없다
2016년 6월 올랜도 펄스 게이 나이트클럽 사건의 범인 오마르 마틴은 FBI의 조사대상에 오른 전력이 있었지만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았다. 최소한 2번 이상 수사를 받았지만 FBI는 마틴이 ‘외로운 늑대’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알아챌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테러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개인을 무차별적으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할 수도 없고, 효율성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외로운 늑대들’의 자생적 테러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21세기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의 실체다.
■테러 경계, 보안강화도 소용없어 
지난 5월 IS는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테러를 감행하라고 촉구하는 선동 영상을 공개하고, 미 당국에는 라스베가스 테러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 44분짜리 영상에는 라스베가스 호텔과 카지노를 표적으로 흉기 난동을 부리거나 인파를 향해 차량을 돌진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라스베가스 경찰과 연방 당국은 바짝 긴장하며 테러경계와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영국 맨체스터 자살 폭탄 테러사건을 전후한 시기여서 긴장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10월 1일 스티븐 패덕의 총기 난사를 막지 못했다.
9.11 이후 뉴욕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러방지 조직을 갖췄지만 차량돌진이나 손도끼 테러를 막지 못한 것도 최근 발생하는 테러가 모두 ‘외로운 늑대’들의 ‘나홀로 테러’였기 때문이다 차량돌진 테러리스트나 손도끼 테러리스트가 감시망에 올라 있을 리 만무했다.
■“암흑의 시대”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이 테러 공격을 받았던 벨기에의 샤를 미셀 총리는 민간인 대상의 ‘외로운 늑대’테러가 급증하는 시대적 상황을 “암흑의 시대에 직면했다”고 탄식했다. 예측불허의 테러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싸워야 하는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전직 대테러 담당관 존 코헨은 “최근 발생하는 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지 보여준다. 전통적 수단으로 이들을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외로운 늑대’가 위협적인 것은 눈에 띠지 않는 이들이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 즉 ‘소프트타깃’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어능력이 없는 민간인들이 인종, 지역에 관계없이 테러타깃이 될 때 공포는 가중된다. 이들이 ‘소프트타깃’을 겨냥하는 것은 아무런 저항이나 공격을 받지 않고 큰 위험 없이 다수를 공격할 수 있고, 정부기관이나 군시설처럼 ‘하드타깃’에 비해 반격의 위험이 적어서다. 
■‘억압^빈곤’ 과 ‘분노^고립’, 테러의 자양분   
유로폴은 2000년대 들어 테러 공격을 저지른 ‘외로운 늑대들’ 중 35%가 정신질환을 앓은 전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로운 늑대’는 ‘억압과 빈곤’, ‘분노와 고립’의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진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포린폴리시는 억압적인 정치체제와 극심한 빈곤 속에 자란 이들이 인종차별과 혐오를 경험하면서 일상에서 분노와 고립감을 벗어나지 못할 때 극단주의적인 ‘외로운 늑대’로 진화한다고 지적했다.  
트럭돌진 테러를 저지른 사이풀로 사이포프도 이 과정을 거치면 진화한 ‘외로운 늑대’ 유형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사이포프는 억압적 정치체제와 빈곤한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2010년 추첨영주권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여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고립된 일상 속에서 분노로 가득 찬 ‘외로운 늑대’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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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우즈벡 출신의 사이플로 사이포프가 자전거 도로를 트럭으로 덮쳐 시민과 관광객 8명이 사망했다. 뉴욕 로어 맨해튼 지역의 처참했던 테러 현장 모습.             <출처: 유에스 뉴스 어그리게이터 동영상 캡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