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캐년 10년새 60% 늘어나 예약제 고려
오염과 소음, 기후변화까지 겹쳐 동식물 몸살


미국의 59개 국립공원이 유례없는 수준의 관광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해안가, 수시로 모양을 바꾸는 사막, 구불구불한 협곡 등 저마다 특색을 지닌 국립공원의 절경은 세대를 거듭해 미국인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공원 방문객들의 수가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여행자들이 볼멘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고, 환경보호론자들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기록적인 3억 3,100만 명의 인파가 전국 국립공원을 찾았으며, 올해에는 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지난 8월 한 달 동안 59개 국립공원의 입장객 수만 4,0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다 보니 성수기인 지난 8월, 전국의 국립공원은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들끓는 인파에 속수무책으로 점령을 당했다. 
유타 주 남서쪽에 위치한 자이언 국립공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들을 태우고 공원을 오가는 셔틀 버스는 땀 냄새 풍기는 대도시의 혼잡한 지하철 차량을 연상시킨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최고 명소인 내로우즈 슬랏 캐년의 좁은 산길은 셀피를 찍는 사람들로 꽉 막혔고, 공원 동쪽 편에 위치한 에인절스 랜딩의 급경사진 유명 산책로 주변의 일부 간이화장실에는 “지나친 사용으로 용량이 초과돼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표시판이 나붙었다. 
국립공원들 가운데 방문객이 가장 많은 자이언은 인기 명소들이 좁다란 6마일 길이의 계곡에 몰려 있기 때문에 성수기마다 만성적인 정체현상이 빚어진다. 2016년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수는 약 430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60%가 증가했다.  
결국 공원 매니저들은 국립공원들 가운데 처음으로 자이언 공원의 입장을 사전예약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1982년부터 자이언에서 근무해온 잭 번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자이언이 모든 세대에게 특별히 중요한 장소로 계속 남아 있으려면 지금 당장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점차 늘어나는 전국의 공원과 기념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1916년 창설됐다. 관리청의 주요 업무는 자연경관과 야생동물을 보존하는 한편 세대를 거듭해 방문객들의 즐거움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민주와 발견이라는 관리청의 기풍에 따라 공원 입장예약제는 실시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거의 언제나 국립공원 출입이 가능했다.(다만 오지의 하이킹은 오래전부터 퍼밋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방문객들과 자연 모두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예약제 검토 팀에 소속된 번스는 “몇 달 동안 공들여 휴가계획을 세운 뒤 국립공원을 찾은 사람들 중 일부는 예상치 못했던 번잡스러움에 지쳐 단 하룻밤을 지낸 후 돌아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밀려들어오는 인파에 지친 레인저들이 효율적인 방문자 관리를 위해 시작한 월별 토론회는 어느 결엔가 그룹치료 모임이 되어버렸다. 
자이온의 섬세한 사막 생태계도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손을 타면서 너덜거릴 정도로 망가졌다. 예의 없는 관광객들은 버진 리버에 기저기를 빨고, 바윗돌에 이름을 새기는가 하면 한때 조용하기만 하던 하늘에 드론 카메라를 띄워 올렸다. 공원에는 25마일 길이의 산책로가 꾸며졌지만, 관광객들은 제멋대로 새로운 길을 추가했고, 결국 600마일에 달하는 ‘비공인’ 트레일이 생겨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연 상태의 식물군락과 토양이 손상됐고, 야생동물도 피해를 입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요세미티에서 메인 주의 아카디아에 이르기까지 사정은 매 일반이다. 관광객 과밀 문제는 국립공원 시스템이 자금부족과 기후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동안 지연된 59개 국립공원 보수 경비로 당장 11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되려 관리청 예산 13% 삭감을 제안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국립공원 관리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무더위와 홍수를 공원들이 직면한 거대한 위험으로 지목했다. 
여름철 최고기온이 상승한 가운데 더위를 참아내지 못하는 피카가 자이온 공원에서 자취를 감췄다. 피카는 토끼과에 속한, 몸집이 작은 포유동물이다.  
레인저들은 피카의 증발을 앞으로 발생할 사태의 전조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개천의 숫자가 줄어들고, 가뭄이 잦아지는 등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여름, 자이온 행정당국은 공지문을 통해 방문객들이 택할 수 있는 세 건의 대응방안을 제안했다. 이 중 첫 번째 옵션은 자이온 공원 방문 전 관광객들의 온라인 등록을 의무화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지역을 지정하는 안이다.  
두 번째는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예약을 요구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아무런 변화 없이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1,600명이 그들의 의견을 밝혔는데, 관리국은 이를 참고해 수정안을 고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또 한 차례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후 국립공원관리청장인 제프 브래디보가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국립공원 입장예약제에 대한 대중의 견해는 엇갈린다. 그러나 번즈는 예약제를 적극 지지한다. 그는 아무런 사전계획 없이 자동차에 올라타 서부지역의 공원들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그립다고 털어놓았다. 
80년대 국립공원관리국 새내기 직원으로 자이온 공원 숙소에 머물던 당시 그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에는 “트레일을 따라 몇 시간, 혹은 며칠을 걸어도 도통 인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숲의 눈부신 초록과 버진 리버의 에메랄드 물빛이 한데 어우러진 계곡의 색채는 제 눈 앞에서 시시각각 변합니다”라는 대자연의 찬가가 담겨 있었다. 그는 요즘 관광버스의 소음으로 고독을 즐길 여유가 없다고 푸념했다.        
“자이온 국립공원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고 강조한 번스는 “자이온은 성스럽다. 자이온의 아름다움은 성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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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주의 자이온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자이온을 비롯한 전국 59개 국립공원은 넘쳐나는 인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Ruth Fremson/뉴욕티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