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 대학생들 합법 취업문호 막혀  
추방유예 직장인 70만명 실직 불가피 
 ‘드림법안’기폭제, 전화위복 될 수도



우려가 현실로, 불안이 공포가 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으로 시작됐던  우려와 불안은 결국 희망을 무너뜨리고 꿈을 앗아가고 말았다. 80만 추방유예 청년들에게 이제 악몽이 시작됐다. 백악관은 이제 “스스로 떠나라”라는 막말도 주저하지 않는다. 합법체류 신분이 없는 추방유예자들에게 유일한 보호막이 되어 준 DACA가 사라지는 암담한 현실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희망과 꿈이 무너진 이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취업도, 해외유학도 어렵겠죠?”
트럼프의 당선은 좌절과 절망이었다. 추방유예 신분 대학생인 정승혁(23세·가명)씨에게는 그랬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려하던 DACA 폐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드리머’들에게 온정적인 듯한 트럼프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차츰 희망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기 선언은 마치 뒷통수를 망치로 얻어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실제로 트럼프가 DACA를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지만 정씨의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다음 학기에 졸업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졸업하면 미국 은행에 취업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제 ‘취업허가증’(EAD) 유효기간은 1년도 남지 않았어요. 어떤 은행이 저를 채용하려고나 하겠어요? 취업이 된다고 한들 내년 9월이면 직장은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까요”

졸업 앞두고 진로 막막
대학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정씨는 DACA 폐지로 대학 졸업 후가 더 막막해졌다. 한 차례 갱신을 한 EAD는 내년 9월이면 유효기간이 끝나게 돼 내년 1월 졸업하는 정씨가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9개월이 남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정씨는 더 이상 EAD 갱신도 불가능하다. 내년 3월5일까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추방유예자에 한해 다음 달 10월5일까지 갱신신청서를 접수받기로 해 정씨는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제 딱 1년이 남아 있는 셈이다.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2012년 ‘추방유예’ 가 시작돼 대학을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부모님께도 효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던 정씨였다. 

DACA가 없어지면 정씨는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취업할 방법이 없다. EAD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 대신 고민했던 해외유학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DACA 폐지선언과 함께 그간 추방유예자들이 해외여행 시 사용해왔던 ‘재입국허가서’(I-131)도 더 이상 발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졸업하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막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매주 7,000여명씩 실직예상
졸업을 앞 둔 정씨는 취업 길이 막혔지만 현재 추방유예 신분으로 EAD를 받아 일하고 있는 약 60여만명에 달하는 추방유예 청년들도 현실이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추방유예 종료와 함께 EAD 갱신도 불가능해져 이들의 합법적인 취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EAD 기한 만료와 함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트 연구소’(CATO Institute)가 최근 내놓은 추산에 따르면, 79만명에 달하는 추방유예자들 중 약 90%에 달하는 70만명 정도가 파트타임이든 풀타임이든 합법적인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DACA가 폐지되면 이들은 EAD 연장이 어려워져 유효기한 종료와 동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고, 미 기업들도 불가피하게 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케이토 연구소측은 추방유예 연장이 불가능해지는 2018년 3월부터 연쇄적인 대량 실직사태가 앞으로 2년간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AD가 끝나는 추방유예 신분 취업자들이 매주 직장을 떠나게 되며, 2020년 3월 5일 마지막 추방유예자의 EAD가 끝날 때까지 매주 6,914명씩 추방유예자들이 직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DACA 이후 5년간 ‘드리머’ 불체 청년들의 삶은 크게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합법취업이 가능해졌고, 운전면허 취득과 학자금 지원 등이 허용됐으며, 해외여행까지 가능해져 지난 5년 추방유예 청년들은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크게 나아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추방유예 청년들은 DACA이후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76%가 추방유예로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고, 69%는 이전보다 임금이 크게 올랐으며, 54%는 직장 근무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89%는 합법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추방유예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대학 등 고등교육 기회를 갖게 됐다는 추방유예자들도 많았다. DACA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게 됐다는 추방유예자들도 많다. 

‘삶의 질’ 추락 불가피
그러나, 이제 이 모든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합법 취업은 불가능하고, 편법취업을 한다 해도 임금은 급락할 것이며, 해고도 속출하게 될 것이다.

 불법체류 주민에게도 운전면허증을 허용하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들을 제외하면 DACA를 통해서야 받을 수 있었던 운전면허증은 이제 연장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추방유예 신청을 앞두고 있었던 10대들은 DACA 폐지로 재정지원이 어려워져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다수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백악관이 자진출국을 촉구하면서 6개월 뒤부터는 추방단속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어 추방공포에도 시달려야 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해외여행은 이제 꿈도 꿀 수 없다. 추방유예자는 지난 5년간 재입국허가서(I-131)을 발급받아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유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해외여행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자진출국’과 다름없어 가족들과의 생이별이 될 수밖에 없다.
미 기업들에도 큰 부담

80만 추방유예 청년들과 그 가족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케이토 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추방유예 신분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 기업들은 앞으로 2년에 걸쳐 약 63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추방유예 신분 직원은 줄 잡아 약 7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이 EAD 중단으로 직장을 그만 둘 경우, 이 기업들은 새 직원을 충원하는데 매주 6,100만달러씩 앞으로 2년간 63억달러의 추가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미국인 대다수 DACA 지지
트럼프 행정부가 DACA 폐지를 결정하고, 연방 의회마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희망이 살아 있을까.
DACA 폐지 선언으로 좌절감을 감추지 않았던 정승혁씨의 낙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한인 추방유예자 마이크 홍(24세)씨의 낙관도 있다.

UC에서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는 홍씨는 “트럼프의 DACA 폐지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하거나 낙담하지는 않는다”며 “비록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를 버렸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나같은 ‘드리머’를 지지하고 있다고 느낀다. ‘드림법’이 통과될 수도 있잖아요”라고고 말했다. 

NBC와 서베이몽키가 지난 주 발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미국인 64%가 서류미비 청소년들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 즉 DACA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훨씬 넘는 미국민들이 DACA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공화당 지지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41%가 DACA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현재 연방의회에 상정되어 있는 ‘2017 드림법안’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난 2013년 무산됐던 포괄이민개혁안을 재추진하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드림법안 기폭제 될 수도
7일 ‘더애틀랜틱’지는 이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큰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60%가 넘는 미국인들이 지지하고 있는 ‘DACA’를 폐기하기로 한 결정은 공화당을 분열시킬 수 있으며, 친기업적인 트럼프 행정부와 미 기업들 사이의 간격을 벌려 트럼프 행정부가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애틀랜틱‘은 미국민의 60% 이상, 절반 가까운 공화당 지지자들이 추방유예자들에 대한 합법체류 신분 부여를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했다. 

2006년과 2013년 상원 통과에도 불구하고 무산됐던 포괄이민개혁 논의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민주당 펠로시 의원은 공화당측에 포괄이민개혁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의회에 발의된 ‘2017 드림법안’과 국경장벽 건설예산 그리고 합법이민 개혁법안 등을 놓고 민주, 공화 양당의 협상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연방 상원에는 민주당의 덕 더빈, 공화당의 린지 그래엄 의원이 초당적으로 입안한 ‘2017 드림법안’(2017 DREAM Act)이 발의된 상태. 이 법안은 서류미비 신분 청소년들의 신분을 구제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추방유예 청년 구제법안인 셈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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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A 폐기가 발표된 지난 5일 연방 이민당국 청사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 규탄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제공=민권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