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스탄불이다.
벌써, 여러 번째 방문이다. 터키라는 나라가 참 묘한 것이 가면 갈수록,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것이 터키와 고구려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이 있을거라 추정된다. 고구려 멸망 후 유민들이 서쪽으로 이동한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터키인들은 우리를 ‘형제’라 부르며, 지금도 터키인의 약 25% 는 우리처럼 몽고반점이 있다.
6·25사변 당시에는 터키의 현역장군이 형제의 나라를 구하고자 전역 후 지원병을 모아 참전했고 용맹하게 싸웠다. 고아원 운영에도 열심으로 동참해 아직도 그 후손들은 한국전 참전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한류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유행하는 최신 한국 노래나 드라마, 배우들을 오히려 필자보다 터키 현지인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스탄불 = 첫 여행지인 이스탄불(Istanbul)은 터키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동서양의 접점인 이스탄불은 그 어느 도시보다 신비한 색채를 입고 있다.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 중엽 그리스인의 식민도시로 창건돼 비잔티움이라 불렸다.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재건한 콘스탄티노폴리타나로 거듭났다가 1453년 술탄 메메드 2세에 의해 함락돼 이스탄불이 되었다. 비잔틴 문화와 오스만 제국을 거치면서 찬란한 유적 도시를 일군 이스탄불 여행의 핵심은 올드타운이다. 그 유명한 아야소피아 사원, 블루모스크, 지하저수지, 톱카프 궁전 등 이국적인 향기가 넘쳐난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아야소피아 사원은 537년 비잔틴 시대에 세워진 정교회 사원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미나렛(첨탑)을 더해 이슬람 모스크로 전용되었다. 장담컨데, 내부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 웅장한 규모에 입을 쩍 벌린다. 석회로 덧발라둔 성화와 모자이크는 다시 회칠을 벗겨내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독특한 볼거리가 되었다.    
그뿐 아니라 20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장관인 블루모스크 사원, 오스만 투르크 황제들의 궁전이었던 톱카프 궁전, 세계 최초의 실내 시장이자 3천여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그랜드 바자르, 메두사 머리로 유명한 지하저수지, 로마 시대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히포드롬 광장 등도 이스탄불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들이다.

▲카파도키아 =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정말 특별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다. 약 300만년 전 화산폭발과 대규모 지진활동으로 잿빛 응회암이 뒤덮고 있으며, 그 후 오랜 풍화작용을 거쳐 죽순, 버섯 모양의 기암들이 줄지어 서 있다. 또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시대 종교 탄압을 피해 바위 동굴 속에 몸을 숨기고 신앙생활을 했던 곳이 바로 카파도키아다.
먼저 괴뢰메 야외 박물관은 보는 것 만으로 충격 그 자체다. 마치 미국의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 모뉴먼트밸리를 적절히 합쳐놓은 인상이다. 대자연뿐 아니라 9세기부터 13세기 초까지 그리스도인들이 건설한 교회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동굴 같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180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섬세한 돔 구조와 함께 100년 역사가 무색할만큼 선명한 색채감을 자랑하는 프레스코화가 시선을 당긴다. 벽과 천장에 그려진 예수의 모습도 훌륭히 보존돼 있어 마음이 경건해진다. 괴뢰메 마을에서 야외 박물관을 향해 걷는 길도 꿈처럼 아름답다.
파샤바 계곡에서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모양의 버섯 모양 기암괴석들을 마주하게 된다. 파샤바 계곡이 영화 ‘스타워즈’와 애니매에션 ‘스머프 마을’의 배경이어서 그러하다. 이곳의 기괴한 계곡은 에르지에스 화산 폭발로 형성됐다. 4세기부터 박해를 피해 온 수도자들이 모여 살던 이곳에서는 성 시메온이 15m 원뿔 모양 돌 위에서 수련했던 공간도 볼 수 있다. 
카파도키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파도키아 하면 으레 떠오르는 열기구 투어가 남아 있다. 형형색색 열기구를 타고 카파도키아 상공을 날면서 아래에  펼쳐지는 기암괴석, 계곡, 동굴, 분화구의 장관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또한 현재까지 발견된 37개의 지하 도시 중 가장 유명한 데린쿠유도 빼놓을 수없다.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란 뜻의 지하도시로, 누가 왜 어떻게 건설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다. 오늘날로 치면 첨단 지하벙커인데 지하 8층·60m 깊이까지 내려간다. 주민 2~3만명과 가축을 수용할 수 있고 학교, 예배당, 부엌, 마굿간, 무기고 등 각종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안탈리아 = 지중해에 면한 안탈리아(Antalya)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긴 세월 ‘신들의 휴양지’라 칭송받아왔다. 아름다운 지중해가 연 300일 따스한 햇살을 선물해 허니문이나 휴양뿐 아니라 유럽 프로축구팀들의 겨울 전지훈련지로도 자주 이용된다.
500여km의 긴 해안선을 따라 유명 호텔과 리조트, 카페, 기념품 가게, 요트, 유람선이 즐비해 이 도시의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지중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에도 탑승해볼 수 있는데, 바다를 건너다 만나는 높이 40m의 뒤덴폭포는 안탈리아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파묵칼레 = 드디어, 파묵칼레(Pamukkale)다. 도시 전체가 눈에 뒤덮인듯 새하얀 파묵칼레는 ‘목화섬으로 이루어진 성’이란 뜻을 품고 있다. 석회 온천수가 산비탈을 따라 하얗게 뒤덮은 모습이 하얀 목화로 만들어진 성 같아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파묵칼레는 아름다운 자연과 고대도시 유적이 어우러져 석회층은 세계자연유산, 유적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얀 석회암 지대에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온천의 색이 대비돼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다. 
온천욕은 호텔의 노천 온천에서 즐길 수 있다.  미네랄 온천수에는 칼슘, 마그네슘, 황산, 중탄산염 등의 성분이 포함돼 심장질환, 소화기장애, 신경통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인근에는 고대 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가 있다. ‘성스러운 땅’이란 뜻이다. 한때 인구가 8만명에 달하며 13세기까지 번영을 누렸던 히에라폴리스는 1354년 대지진으로 파괴됐다.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가 1887년 다시 발굴됐다. 

▲에페소 = 목화의 성 파묵칼레를 뒤로 하고 3시간 정도를 남서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고대도시 ‘에페소(Ephesus)’다.
1만 년에 걸쳐 20여개의 문명이 탄생한 화려한 역사의 현장은 아직도 영광의 과거를 간직한 채 그 위엄을 자랑한다. 2만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셀수스 도서관, 여신 테티스와 메두사의 부조가 새겨진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 로마시대 유적은 찬란한 인류의 유산을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에게해에서 6km 정도 떨어진 히살리크 언덕에는 199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트로이 유적이 있다. 트로이 유적은 어린 시절부터 호머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실제를 굳게 믿은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발굴되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난공불락의 트로이를 무너뜨린 전설 속 목마를 높이 8~9m로 재현한 트로이 목마와 지난 140년간 발굴 및 복원된 옛 성벽과 기타 돌 구조물의 흔적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유적을 벗 삼아 잠시 이 도시에 머무는 것 만으로 찬란한 인류의 신비를 깨우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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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의 성’이라 불리는 파묵칼레는 석회층으로 이뤄진 터키 남서부의 온천지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