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한 어머니와 상담을 하게 됐다.
이 어머니의 아들은 1년 넘게 우리의 지도를 받으며 계획대로 입시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고, 학교 성적이나 학력평가시험 점수가 매우 우수했다. 게다가 매우 진취적인 성격으로 과외활동에서도 깊이가 느껴질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임하고 있어 상당히 좋은 결과가 예상되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동안 이 학생은 컨설팅을 받으면서 엔지니어링 전공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유명 공대들을 지원 후보 리스트로 만들고 각 대학별 지원서 준비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집에서도 그렇게 알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 데 이 아들이 갑자기 마음의 변화가 생겨 학부에서 인문계통 쪽의 전공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대학도 종합대학 대신 리버럴 아츠 칼리지로 진학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명문 공대 지원을 기대했던 어머니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며칠 동안 아들과 씨름하며 마음을 돌려보려 노력했지만, 요지부동이자 원장인 나를 찾아와 하소연 겸 어떻게든 아이의 마음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어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한 번 아이와 상담을 해보겠다고 한 뒤 돌려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와 상담을 하면서 속내를 들여다 봤다.
이 학생은 이공계통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부 과정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고, 정말 그 전공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자신이 정말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확신이 줄어들면서 몹시 혼란스럽다는 얘기도 했다.
나는 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 학생이 나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또 제법 성숙한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험생들의 입시준비를 가만히 살펴보면 상당히 도식적인 게 사실이다.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면 이공계통, 그렇지 않으면 인문계란 간단한 이분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단순한 논리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후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와 대학생활에 재미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나마 자신의 적성을 일찍 발견해 전공을 바꾼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3학년이 넘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대학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에세이 등에서 “나는 누구인가”란 커다란 주제를 항상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정말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았을 때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게 내 판단이다.
어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지원할 대학을 고르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자신을 냉철하게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런 장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핏’(fit)의 중요성 때문이다.
번역하면 ‘맞다’ 또는 ‘어울린다’ ‘적합하다’란 의미가 되는 것처럼 대학이나 전공 모두 자신과 잘 맞아야 성공을 기할 수 있다.
첫 이미지가 끝까지 가는 경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자신과 잘 어울리는 대학 또는 전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막상 현실에 들어서보니 전혀 딴판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핏’이란 학생이 대학을 견주는 한 쪽 방향이 아니라 대학 역시 지원자가 우리 대학과 잘 어울리는지를 저울질하기 때문에 결국 ‘쌍방향’의 의미인 셈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대학의 명성을 시작으로 위치한 지역의 환경과 기후, 대학에서 제공하는 전공, 그리고 대학문화 및 클럽활동, 대학에서 합격통보와 함께 보내오는 학비지원 내역 등이 모두 ‘핏’의 조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대학이 원하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에서 시작해 이 지원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스스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것인지 여부, 그리고 이 지원자를 합격시킴으로써 대학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소위 서로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안되는 게 바로 입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MIT를 보자.
이 대학의 입시요강 사이트에 들어가면 ‘The Match Between You and MIT’란 페이지에 이런 내용들이 있다.
- Alignment with MIT’s mission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MIT의 사명과 부합)
- Collaborative & cooperative spirit(협업 및 협력 정신)
- Initiative(진취성)
- Risk-taking(모험심)
- Hands-on creativity(과감한 창의성)
- Intensity, curiosity, and excitement(열정, 호기심, 흥분)
- The ability prioritize balance(우선 순위 능력)
이는 곧 지원서에서 MIT 입학사정관들이 학교성적과 시험점수 등 가장 기본적인 평가자료 외에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으로 지원서에 MIT가 필요로 하는 ‘핏’의 요소들이 결여돼 있을 경우 합격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소개됐던 학생의 고민과 생각은 실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장기적으로는 그 학생에게는 매우 소중한 발전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모습을 통해  자립성과 도전정신을 발견해서다.
이 글을 읽는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현재 만들고 있는 지원 대학 리스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그 대학들이 정말 잘 어울리는지를 검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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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공을 찾아가는 과정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공부하면서 토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