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3국’은 여행 고수들이 일찍부터 점찍어 두고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여행지다.  
발틱해 연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Estonia), 라트비아(Latvia), 리투아니아(Lithuania)를 가리켜 발틱 3국이라 칭하는데, 아직까지는 낯선 이름이지만 새로운 세상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동화 속 세상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발틱 3국은 중세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풍경 뿐 아니라 그곳의 공기는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건네오는 듯하다.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날아왔을 뿐인데 마치 시대를 건너온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다만, 발틱 3국은 마음 먹었다고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친근한 여행지는 아니다.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려 해도 마찬가지. 항공 및 호텔 예약이 어렵고 요금도 비싼 편이어서 여행사들이 쉽게 상품화할 수 없는 까닭이다. 많은 인원을 모객하지 않기에 수익성 또한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S아주투어’는 발틱 3국을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여행자들을 위해 올여름 귀한 발틱 3국(9일) 상품을 출시했다. 출발일은 8월초. 습하지 않고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여행하기에 딱 좋다. 투어멘토인 필자가 동행하는 발틱 3국으로의 한정판 여행, 희망하는 이들은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발틱해의 보석,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은 유난히 푸른 바다와 중세 유적이 어우러진 도시 풍경이 아름다워 ‘발틱해의 보석’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탈린 성벽 앞에 세워진 문이자, 붉은 고깔 모양 지붕을 얹은 쌍둥이 탑의 이름은 ‘비루 게이트(Viru Gate)’. 비루 게이트를 지나 가지런하게 바닥에 돌이 깔린 길을 따라 올라가본다. 잘 보존된 건물들이 골목마다 쉼없이 이어진다. 유럽 전역에서 14세기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로 평가 받는 탈린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저지대와 ‘톰페아(Toompea)’라 불리는 고지대로 나뉜다. 단순히 지리적인 높낮이의 구분만은 아니다. 과거 저지대에는 상공업자와 서민, 고지대에는 영주와 귀족, 정복자와 같은 권력자들이 살았다고 한다.
톰페아에서 저지대를 내려다보면 주위를 빙 두른 성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탈린이 가장 강성했던 15~16세기에는 이 성벽을 따라 총 길이 4.7km에 이르는 46개의 성탑이 있었고, 이는 북유럽 최고의 철옹성 중 하나였다. 현재는 그 중 1.85km의 성벽과 26개의 성탑만 남아 있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탈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지대 최대의 볼거리는 상공업자들의 공동조합조직인 길드(Guild) 건물들이다. 무역 거점이었던 탈린에 정착해 경제와 무역활동에 종사하던 그들은 중세무역사뿐 아니라 도시 풍광의 밑그림을 그려준 미학적 관점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건물들은 현재 식당, 갤러리, 호텔, 공연장 등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외 탈린을 상징하는 명소는 6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도시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탈린 시청’,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성모 마리아 성당’, 이국적인 돔이 눈길을 끄는 ‘성 알렉산더 넵스키 정교회’, 저지대에 위치한 ‘성 올라프 교회’, 15세기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세자매 건물’ 등이다.  
에스토니아 여행에서는 휴양도시 합살루(Haapsalu)와 해안도로를따라 3km의 해변 모래톱이 깔린 파르누(Parnu)도 빼놓을 수없다. 특히 발틱해에 인접한 파르누는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있으며, 축제가 끊이지 않아 여름이면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휴양도시다. 
▶중세의 찬란함, 라트비아
다음 목적지는 ‘라트비아의 스위스’, 시굴다(Sigulda)다. 
시굴다는 가우야강을 끼고 고즈넉이 자리잡은 도시로, 1207년 이 일대를 지배하며 잔인한 전투를 벌이기로 악명이 높았던 ‘검의 형제기사단’이 요새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시굴다에서는 ‘투라이다성(Turaida Castle)’이 가장 유명하다.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200년대 리가 대주교의 거처로 지어졌다. 수차례 파괴된 이후로 20세기 중반에 다시 복원되었고 현재는 라트비아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통한다. 
또한 ‘사랑의 동굴’이란 애칭을 가진 ‘구마타니스 동굴’도 시굴다에 있다. 이 동굴에는 17세기 스웨덴 점령 시절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아리따운 아가씨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 때문인지 동굴 안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연인들의 이름과 사랑의 맹세가 가득하다.
다음 여정지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다. 구시가지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가는 13세기 이후 한자동맹을 주도한 맹주답게 중세 건축물들이 훌륭하게 보존돼 있다. 표드르 대제 동상 자리에 설치한 ‘자유의 여신상’, 스웨덴 군인들이 화약 저장목적으로 쌓은 ‘화약탑’, 고딕양식·더치 매너리즘·바로크 양식 등 각기 다른 스타일로 15~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삼형제 건물’, 중세시대 길드가 쓰던 화려한 건물인 ‘검은 머리 전당’ 등이 유명하다. 
리가에서는 특별히 지도를 따라 명소들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발길 이끄는 데로 다녀도 좋다. 지역 전체가 문화유산이다 보니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화려한 건축물들이 낯선 방문자들을 환영해준다. 
이어 샤율레이(Siaulial)로 이동하면 그 유명한 ‘십자가들의 언덕’을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 언덕은 발틱 3국을 대표하는 성지라 할 수 있다. 라트비아인들은 구 소련의 종교 탄압에 항의하며 낮에는 철거하고 밤이면 십자가를 세웠다.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방문으로 더 유명해진 샤울레이에는 크고 작은 십자가가 40만 개가 넘는다. 이곳에 자신의 소망을 담아 십자가를 세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전세계에서 이어지며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동화 같은 풍경, 리투아니아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빌뉴스(Vilnius)의 올드타운은 중세시대의 건축물들이 약 1,500개 이상 남아 옛 향취를 물씬 뿜어낸다. 
빌뉴스를 상징하는 건축물은 700년간 리투아니아인들의 신앙적 중심지였던 ‘빌뉴스 대성당’, 러시아 정벌길에 나선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던 ‘성안나 성당’, 14세기지어진 ‘대통령궁’ 등이다. 또한 구시가지 끝자락에는 예술가들이세운 가상의 나라인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다. 비록 만우절에 만들어진 가상의 나라이기는 하지만 매년 건국 기념행사도 열린다. 
그리고 리투아니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빌뉴스에서 30km 가량 떨어진 ‘트라카이’(Trakai)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둘러보아야 할 명소는 단연 트라카이 성이다. 호수 위의 성으로 불리는 트라카이는 마치 동화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트라카이성은 수세기에 걸쳐 전쟁에 걸쳐 파괴되었다가 1955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성은 그리 크지도 높지도 않지만 성 자체가 지닌 기품과 자태가 근사하다. 그래서 중세를 배경으로 풀어낸 여러 영화의 촬영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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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호수로 이뤄진 트라카이. 물 위에 떠 있는 요새 트라카이 성은 14세기 성곽을 보존하고 있어 중세를 배경으로풀어낸 여러 영화의 촬영 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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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상을 연상시키는 에스토니아 탈린의 구시가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유적이 잘 보존돼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