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이 음식 비우는데 4~6시간
소장·결장 가는데 6~8시간 걸려
한밤중 배 아프고 설사한다면
18~48시간 전 음식 가능성 커

오염 가능성 높은 채소 먹거나
이동과정·여러 사람 접촉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

브로콜리·치커리·아보카도 등
포드맵 식품 과다섭취하거나
복용약 부작용·스트레스 등
복통 부르는 원인들 여러 가지

갑작스런 복통이 찾아올 때가 있다. 갑자기 속이 뒤틀리고 요동치면서 식은땀이 나고, 토하거나 설사하면서 세상이 다 샛노래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증세는 대개 금방 사라진다. 상태가 전 같아지면서 하루 이틀 지난 후에는 다시 실컷 먹고 마시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질병통제예방국(CDCP)은 이런 ‘극심한 위장장애 사건’을 누구나 일년에 한번 정도 겪는다고 보고 있다. 엄청나게 불유쾌한 경험이지만 대개는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 않고도 그냥 지나간다.  
이런 배탈이 찾아올 때면 사람들은 바로 전에 먹은 음식이 그 원인일거라고 생각하고 뭘 잘못 먹었는지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생활 속에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복통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만일 음식 때문이라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바로 전이 아닌, 그 전에 먹은 음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우리 위장이 한 끼 음식이 다 비우는 데는 4~6시간이 걸린다. 그 음식은 소장으로 내려가고 6~8시간 동안 모든 영양소를 다 빼낸 후 결장으로 보내진다. 그 남은 찌꺼기는 거기서 1~3일간 머물면서 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고체화되고 화장실로 보내지는 것이다.  
이러한 창자 이동(bowel transit) 시간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자신의 바월 트랜싯 시간을 알고 싶으면 쉬운 방법이 있는데 옥수수를 먹은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소화되지 않은 알갱이가 변에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재면 된다. 좀 더러운 방법이긴 해도 이렇게 자신의 장 이동 시간을 알아두면 다음 번 배탈이 일어났을 때 뭐가 원인이었는지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토하기만 하고 설사나 배앓이 증상이 더 계속되지 않으면 그 원인은 지난 4~6시간 내에 먹은 음식일 수 있다. 한밤중에 갑자기 배가 아파서 깨어나 설사를 한다면 그 원인은 18~48시간 전(옥수수 테스트에 따라 다름)에 먹은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음식으로 인한 질병은 대부분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때문에 일어난다. 노로바이러스, 황색포도상구균, 캄필로박터, 살모넬라, E. 콜라이, 세레우스균 등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CDC와 FDA 목록에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자주 기재되는 식품들을 인지하고 주의해야 한다. 그 식품들은 녹색잎 채소, 허브, 껍질이 우툴두툴한 멜론류(캔탈롭 등), 토마토, 오이, 할라페뇨 고추, 땅콩버터, 조개류, 냉동 콩, 치즈, 아이스크림 등이다. 또한 상온에 몇 시간 놔둔 음식도 위험한데 예를 들어 피크닉에 싸갖고 간 감자샐러드나 뷔페 중국식당에 나와 있는 볶음밥 등이 그렇다.
식당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준비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도 하지만 식재료를 대량으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듀크 의과대학의 위장병학자이며 부교수인 데보라 피셔 박사는 “패스트푸드 햄버거 하나에는 수백 마리의 다른 소에서 나온 고기들이 섞여있을 수 있는데 그 중 단 한 개가 병원체를 갖고 있어도 배탈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믈렛은 달걀 2개로 만들지만 그 달걀이 들어있던 박스에는 50마리의 다른 닭이 낳은 달걀들이 섞여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방 짜낸 주스와 스무디도 마찬가지다. 밭에서 따는 순간부터 비타믹스로 만들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과 손길을 거치게 되는지 생각해보면 나의 위장 속으로 들어가는 주스의 안전도에 대해 쉽게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인가. 나의 손 역시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늘 물과 비누로 꼼꼼히 닦는 사람이 아니라면(손세정제는 배탈의 원인이 되는 균을 죽이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았거나 애완견과 공놀이를 한 손으로 무언가 집어 먹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야 한다. 
또 커피샵에서 테이블 위에 혹은 화장실 휴지걸이 대 위에 전화기를 올려놓았다가 곧 전화를 걸기 위해 입으로 가져가는 일은 없는지, 배탈은 반드시 음식 때문에만 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또 다른 원인으로 발효성 올리고당(Fermentable 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그리고 폴리올(Polyols) 등 포드맵(FODMAP) 식품의 과다섭취를 들 수 있다. 포드맵은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 성분을 일컫는 말의 약자로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소장이 아니라 곧장 결장으로 직행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포드맵 식품 중에는 보통 건강식으로 권장되는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츠, 치커리, 아스파라거스, 아보카도, 버섯류, 복숭아, 통 곡물, 콩류 등이 포함돼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위장병 전문의 닥터 스캇 개바드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너무 건강하게 먹으려다보니 포드맵 섭취가 늘었다”면서 “샐러드를 많이 먹는 것은 좋지만 어떤 날은 과일과 야채의 조합에 포드맵이 너무 많아서 장이 탄수화물을 다 흡수하지 못해 배탈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복용약이 원인일 수도 있다. 닥터 피셔의 한 환자는 건강하고 활동적인데도 몇 달에 한번씩 꼭 배탈이 난다고 해서 몇가지 검사를 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결국 나중에 찾아낸 원인은 그가 복용하고 있는 고혈압 억제제였다.  
“그 약의 부작용 중에 장을 붓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가끔씩 배앓이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한 닥터 피셔는 “환자가 토하고 끼니를 건너뛰면 붓기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으나 약을 끊은 후 이제는 완전히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우울증, 앨러지, 위산역류를 치료하는 약들 중에 이처럼 구토와 설사가 짧지만 강력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가진 약들이 있다. 또한 기분전환용 약물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대마초 입덧’이라 불리는 주기적인 구토 증상은 마리화나의 높은 THC 성분 때문이라고 닥터 개바드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소화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뇌와 신경 시스템은 위장 벽에 있는 또 다른 신경계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메이요 클리닉의 위장병 전문가 닥터 산티 스와룹 베지는 말했다. “신경섬유들, 신경뿌리와 신경망 조직들이 식도에서부터 직장에 이르는 위장 기관의 벽에 연속적으로 위치해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따라서 무엇을 먹지 않았는데도 공포, 불안, 분노, 혹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 대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관장하는 신경 시스템과 화학 분비물, 미생물들이 사정없이 황폐화되면서 장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위장병 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심각한 위장 사건을 겪던 환자가 스트레스 심한 직장을 관두거나, 힘들었던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그동안 계속됐던 배앓이가 사라지거나 훨씬 줄어드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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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배탈이 나는 원인은 단순히 방금 전에 먹은 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 오염된 손, 복용약, 스트레스, 과도한 건강식 등이 모두 배탈의 주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