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잔류율 90년대 비해 3배로 껑충
한국 일자리 불안·처우에 불만 이유
이공계 전공·젊을수록“더 남고 싶어”
일본 50%·태국 28% 등 보다 많이 남아

지난 5월 UC 버클리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 박모(34세)씨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미국 연구소에서 포스트닥을 겸한 취업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에서도 제안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일자리와 미국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연구환경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박씨처럼 미국에 유학 와 학위를 딴 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눌러 앉는 유학생들이 해마다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 10명 중 6명이 한국 귀국 대신 미국 잔류를 택하는 소위‘No Return’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한국의 고급두뇌 해외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지난 6월 발표한‘2015 박사 학위 취득자 현황 보고서’에서도 이같은‘No Return’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 유학생 인재들의‘No Return’ 현상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10명 중 6명 “나 안돌아 갈래”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2015 박사 학위 취득자 현황보고서’는 박사 학위 취득 한국 유학생들의 소위 ‘No Return‘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실태를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 유학생들의 미국 잔류비율은 6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 10명 중 적어도 6명 이상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아 취업이나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상위 10개 국가 출신들의 실태를 비교한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이란(92%), 인도(88%) 등에 비해서는 미국 잔류 비율이 크게 낮았지만, 일본(50%), 멕시코(51%), 태국(28%), 대만(61%), 캐나다(48%) 보다는 높아 10개 국가 중 5번째로 미국 잔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평균 미국 잔류 비율은 64%로 아직은 한국 유학생들이 평균치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학위 한국 유학생 1만 5,000여명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은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합쳐 1만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유학생들의 미국 잔류 비율 60%를 적용하면 약 9,000여명의 한국 유학생 박사들이 한국 대신 미국 잔류를 선택한 셈이다. 
이 기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은 80% 이상이 이공계 전공자들로 나타나 이공계 고급 인재들의 ‘No Rerurn’ 현상은 한국 학계와 산업계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학생 박사, 이공계 80%  
연방 이민세관단속국 산하 외국인 학생관리 전담기구인 ‘SEVP’가 최근 공개한 외국인 학생들의 전공분야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의 ‘과학·기술’(STEM) 전공률은 21%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유학이 많은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낮은 것이며, 아시아 출신 유학생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박사 학위 취득자만을 놓고 보면 한국 유학생들의 이공계 전공 비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유학생 박사들의 60%가 넘는 미국 잔류 비율이 더 뼈아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No Return’ 박사, 90년 보다 3배 높아져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국 유학생 수는 그간 부침이 있긴 했지만 꾸준히 증가해왔다. 
한국 유학생들의 진로 활동 실태를 분석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미국에 잔류한 한국 박사 학위자는 20%대에 머물렀고, 2000년대 초반에는 46.3%로 증가했다. 2015년 62%와 비교하면 20여년간 약 3배나 늘어난 셈이다. 
보고서는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 미국에 잔류하는 해외 박사 비율이 각국 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특히 한국 유학생들의 미국 잔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2-95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들 중 미국 잔류를 선택한 경우는 20.2%였으나 2000-2003년에는 평균 46.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부침이 있기도 했다. 2004년의 경우 미국 잔류율이 72%로 급격히 증가했고 2005년에도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 유학생들의 약 68.7%가 미국에 남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후 감소세가 나타나 2013년엔 59.1%였으나, 2015년 다시 62%로 올라섰다.

젊을수록 미국 남고 싶어 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미국 잔류 비율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당시 연령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NSF에 따르면, 박사 학위 취득 연령이 젊을수록 출신 국가로 되돌아가기 보다는 미국에 남는 경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어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미국 보다는 출신국가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학위 취득 연령이 25세 이하인 경우 81%가 미국 잔류를 선택했고, 45세 이상 연령이 높은 경우, 미국 잔류 선택은 40%로 낮아졌다. 25세 이하 젊은층에 비해 45세 이하 고령층의 미국 잔류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26-30세 그룹은 80%, 31-35세 그룹은 72%, 36-40세 그룹은 59%, 41-45세 그룹은 50%였다. 
박사 학위 취득연령이 높아질수록 출신국가로의 귀국 보다는 미국 잔류를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공학·컴퓨터·생명과학 전공자가 미국 잔류 많아
전공에 따른 차이도 나타나 인문학 전공 보다는 이공계 전공자의 미국 잔류 비율이 월등히 높았고, 이공계 전공분야 중에서도 공학과 컴퓨터 전공자들이 출신 국가로 돌아가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NSF는 보고서에서, 외국인 유학생 박사 학위 취득자들 중 공학 전공자가 귀국 보다는 미국 잔류를 선택하는 비율이 80%로 가장 높았고, 심리학, 교육 등 인문학 전공자는 50%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불안한 일자리·처우 불만 
UC 버클리 박사 취득자 박씨와 같이 박사를 받은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불안한 일자리와 처우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한국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5년 이공계 인력 구내외 유출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해외 박사들이 한국 보다는 미국 등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가에 잔류를 선택하는 것은 
처우불만과 불안한 일자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61개국 가운데 두뇌유출로 인한 국가 경제의 경쟁력 저하 문제가 18번째로 심각한 나라로 꼽혔다. 이공계 박사 등이 ‘처우 불만’ ‘불안한 일자리’ 등 이유로 국외 행을 택하면서 산업계와 학계가 우수 인재를 잃는 문제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이공계 박사급 인재 유출 심각
대부분 이공계 박사들인 한국 유학생들의 대다수가 미국 잔류를 선택하는 데서 보듯이 이공계 분야에서 박사급 우수인재들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공계 박사급 인재들이 가장 거주하고 싶어하는 국가가 미국으로 나타나,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이공계 박사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 출신 박사는 2010년 5,800명, 2013년 6,300명으로 늘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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