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관절 수술 크게 늘며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우려

수술 후 기구 손^기계 세척
병원 165곳 조사서 60% 불과

美^태국처럼 철저 감시하고
의료수가 현실화도 시급


최근 대구 한 병원에서 인공 관절수술을 받은 70대 여성이 20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돼 온 몸에 심각한 염증이 생겨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유가족들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인공 관절수술 후 사망한 것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과실 감정을 신청했다.
앞서 2008년에도 무릎 인공관절 삽입술을 받던 60대가 패혈증으로 숨진 바 있다. 이 환자는 수술 부위에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인공 관절 보형물 제거수술까지 받았지만 한 달 뒤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인구 고령화, 보험급여 적용 확대, 수술장비 향상 등으로 정형외과와 치과 영역에서 몸 속에 의료기구를 넣는 ‘임플란트 수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16만건의 임플란트 수술이 이뤄질 정도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플란트 수술은 치과용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인공 무릎관절과 인공 엉덩이관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몸 속에 일정기간 보존되는 몸 속에 넣는 의료기구(임플란트)와 관련된 감염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기에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플란트 멸균 확인 제대로 안 돼” 
수술로 몸 속에 넣는 의료기구인 임플란트는 제조업체에서 멸균된 상태로 출시되지만 수술을 앞두고 멸균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대부분 하지 않아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임플란트도 수술하기 전에 멸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술 현장에서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비용 문제로 임플란트의 멸균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빠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멸균 확인 과정을 생략하면 수술 후 패혈증 등 수술감염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다. 의료진 사이에서 “임플란트가 제대로 멸균됐는지 여부를 다시 철저히 확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임플란트는 커녕 감염 예방의 기초인 수술기구의 세척과 멸균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내의료기관 수술실 감염관리 실태와 문제점’ 보고서(2015)에 따르면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165개 병원 가운데 59.8%(98곳)만 수술 후 수술기구의 손세척과 기계세척을 병행하고 있었다. 멸균된 수술기구만 사용하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예 없었다. 
국내 19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질병관리본부의 또 다른 연구(2014)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한 수술기구의 멸균 확인을 누락하거나 멸균 확인을 해도 확인 주기를 권고안대로 따르지 않고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4년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통해 멸균 감시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예고된 날짜에 평가하기에 조사기간에만 멸균 감시를 제대로 진행한다”며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술기구의 멸균 확인 검사비 부담과 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멸균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한외과감염학회 관계자는 “의료진이 수술 하루 전이나 직전에 수술기구를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시술기구를 멸균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그만큼 멸균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에게 쓰일 가능성이 높은데 국내 정형외과의 70∼80%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의료기관들이 수술기구의 멸균 확인을 소홀히 하는 까닭은 의료기관 내 물품이나 자원 부족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멸균표준지침이 제대로 운용되려면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임플란트의 멸균 확인 소홀’에 대한 과실을 따지기 쉽지 않다. 병원 치료과정에서 환자에게 사용한 물품 하나하나가 제대로 멸균했는지를 확인하는 기록이나 관리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지표로 멸균 확인을” 
칼 등 기본적인 수술도구나 복강경 및 관절내시경 인공관절 치과기구 등 몸 속 무균조직에 접촉하는 수술기구는 모든 형태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멸균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한 기계ㆍ화학ㆍ생물학적 지표 등 멸균 지표까지 확인한 다음에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상적인 멸균 확인법으로 ‘생물학적 지표’를 꼽고 있다. 생물학적 지표는 저항력이 가장 강한 미생물을 이용해 멸균 여부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다. 특히 CDC와 미국의료기기협회, 수술간호협회는 ‘적절한 생물학적 지표가 포함된 멸균 평가 도구를 가급적 매번,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사용해야 하며 특히 몸 속에 넣는 의료기구인 임플란트는 매번 생물학적 지표로 감시하고 검사결과가 확인될 때까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놨다. 
미국은 멸균품 관리와 멸균 감시에 대한 전문단체의 지침과 표준을 근거로 실질적이며 예고 없는 조사를 하고 있다. 태국은 보건부가 직접 나서 법적 효력이 있는 지침을 만들어 멸균 확인된 의료기구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수술기구 멸균 전문가인 데이비드 재그로시 전 국제중앙공급협회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수술기구 멸균 관련 학회에서 “수술기구 멸균을 철저히 확인하고 멸균기록도 작성해 놓으면 환자 안전도 지킬 수 있고, 의료기관도 관련 소송에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재그로시 회장은 “최근 생물학적 지표를 시행하는 미국 의료기관은 96%까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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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의료기구를 넣는 임플란트 수술이 한 해 16만건(2015년)이 이뤄지고 있지만 멸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패혈증 등으로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