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4차 산업시대 맞아
공부의 개념도 바뀌어
디지털 기기 활용할 때
감정·관찰력 더 풍부해져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아 고민하는 한인 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디지털 육아’ 전문가인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의 시각은 다르다.
“이제 4차 산업,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하자면서 언제까지 스마트폰 많이 보면 ‘팝콘 브레인’이 된다는 얘기만 늘어놓을 건가요”
정현선 교수가 던진 반문이다. ‘팝콘 브레인’이란 스마트폰의 자극적 이미지에 익숙해지다 보면 뇌가 팝콘이 빵 터질 때 같은 장면에만 반응하는, 무기력한 뇌가 된다는 의미다. 2011년 CNN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조어다. 
영국에서 미디어 교육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 미래과학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에서 미디어 교육 자문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이런 부정적 얘기를 불식시키기 위해 책을 쓰기로 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우리학교)는 그 결과물이다. 디지털 디톡스, 아날로그 예찬을 넘어 ‘디지털 육아’도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정현선 교수는 “디지털 기기로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자기 아이에게 적용시키지 말라”고 권한다.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디지털 육아’ 개념이 특이하다.
▲5~6년 전부터 아이들 교육현장에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해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개정 작업에 몇 년 걸리고 텍스트 위주인 교과서에다, 실시간 정보를 바로 반영할 수 있고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접목시키자는 것이다.
-그런 교육은 지금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쉽지 않다. 디지털미디어를 접목한 교육의 대전제는 ‘자율적 기획과 창조’다. 교과서뿐 아니라 검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고 그걸 사진, 영상 등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야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니까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웹툰 작가를 꿈꾸며 좋아한다. 그러나 그 순간 부모들은 ‘역시 공부에 방해된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공부가 만악의 근원인가.
▲AI, 4차 산업시대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이제 로봇과 함께 일하는 법, 로봇보다 좀 더 창의적 일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공부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도 근거 있는 것 아닌가.
▲맞다. 스마트폰을 무조건 가지고 놀게 하라는 게 아니다. 가령 아주 어릴 때는 영상물보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미국 소아과협회는 그걸 만2세로 정했다가 요즘은 18개월로 줄였더라. 그 이후에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 기준을 잘 정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연구에서 드러나는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아는가.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때문이 아니라, 부모 때문일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와 아이의 협업인가.
▲극단적으로 스마트폰을 금지한 가정과 아주 자유자재로 쓰게 한 가정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 결과적으로 두 집 다 별 문제 없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아예 금지하건, 자유자재로 쓰건 두 집 다 부모와 아이들간 충분한 대화와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그게 핵심이다.
-한국의 디지털 교육 수준은 어떤가.
▲지난 1윌 핀란드 갔더니 아이들이 자기가 평소 쓰던 디지털 기기를 가져와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썼다. 20세기는 ‘글’이었다면, 21세기에는 ‘검색’이 기본 학습기능이라 보는 거다. 그걸 ‘브링 유어 오운 디바이스(Bring your own Device)’ 원칙이라 했다. 우리는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 사업을 했는데, 학교에서 기기를 다 준다. 수업 한 번 하려면 아이들은 낯선 기기 손에 익히느라 고생하고, 선생님들은 기기 관리하고 충전하느라 시간 다 보낸다. 평소 아이들의 삶에 밀착된 그대로의 형태로 디지털 교육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줘야 한다.
-게임이나 폭력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 쟁점은 여러 반박이 있다. 가령 게임은 적당한 수준의 경우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폭력물의 경우 아이들이 가해자의 폭력적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기 방어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 걱정되는 건 이해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오히려 일방향적으로, 단선적으로, 최악의 상황만 가정해서 무조건 통제하는 것이다.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의미인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선용(善用) 쪽에다 무게중심을 두자는 얘기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부터 과학ㆍ사회 과목을 중심으로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에 들어간다. 그 아이들을 다 일일이 통제할 수 있나. 우리 아이들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으리라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례들이 있는가.
▲많다. 초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1년간 관찰연구를 진행한 것이 있는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글쓰기를 시켰더니 관찰력, 글쓰기, 감정 표현 등이 정말 풍부하게 발달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는 ‘도구’가 아니라 ‘문화’다. 여기에 걸맞은 기회를 아이들에게 줘야 한다.                      <조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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