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나라 인구를 합쳐야 800만 명이 채 못 되고, 면적 역시 삼국 전체를 통틀어 한반도의 90%를 조금 넘는 작은 나라들…. 발틱해를 접한 에스토니아(Estonia), 라트비아(Latvia), 리투아니아(Lithuania)를 합쳐 ‘발틱 3국’이라 부른다.   
발틱 3국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탓에 중세부터 끝없는 침략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문화, 전통, 언어를 꿋꿋이 지켜나갔지만,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는 피해가지 못했다. 1939년 히틀러와 스탈린이 맺은 ‘독소불가침 조약’으로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세 나라는 세계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주권을 잃은 지 50주년이 되던 해(1989년 8월23일),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국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나와 손에 손을 맞잡고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자국의 언어로 ‘자유를 달라’ 노래하며 목청을 높였다. 인간 사슬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리투아니아의 빌뉴스까지 무려 650km나 이어졌다. 역사상 이보다 더 가슴 뭉클하고 평화적인 시위가 또 있을까….
    
동화 속 풍경,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는 숲이 전 국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나라다. 본격적인 여행은 수도 탈린(Tallinn)에서 시작된다. 붉은 고깔 모양 지붕을 얹은 쌍둥이 탑의 이름은 ‘비루 게이트(Viru Gate)’. 탈린 성벽 앞에 세워진 문인 비루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파스텔 톤의 중세 건축물과 독특한 문양의 문, 지하 감옥을 형상화한 기계까지, 탈린은 순식간에 모든 여행객들을 시간 여행자로 변모시킨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저지대와 ‘톰페아(Toompea)’라 불리는 고지대로 나뉜다. 단순히 지리적인 높낮이의 구분만은 아니다. 과거 저지대에는 상공업자와 서민, 고지대에는 영주와 귀족, 정복자와 같은 권력자들이 살았다. 또한 두 지대을 연결하는 두 개의 길을 각각 짧은 다리(뤼히케 얄그)와 긴 다리(픽 얄그)라 부르는데, 짧은 다리 길은 가파르면서 좁은 반면 긴 다리 길은 말이나 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고지대를 오를 때는 짧은 다리, 내려올 때는 긴 다리를 이용하면 탈린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톰페아에서 저지대를 내려다보면 주위를 빙 두른 성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탈린이 가장 강성했던 15~16세기에는 이 성벽을 따라 총길이 4.7km에 이르는 46개의 성탑이 있었고, 이는 북유럽 최고의 철옹성 중 하나였다. 현재는 그 중 1.85km의 성벽과 26개의 성탑만 남아 있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탈린만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지대 최대의 볼거리는 상공업자들의 공동조합조직인 길드(Guild) 건물들이다. 무역 거점이었던 탈린에 정착해 경제와 무역활동에 종사하던 그들은 중세무역사뿐 아니라 도시 풍광의 밑그림을 그려준 미학적 관점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건물들은 현재 식당, 갤러리, 호텔, 공연장 등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튿날에는 또한 발틱해의 휴양도시 ‘합살루’(Haapsalu)와 해안도로를 따라 3km의 해변 모래톱이 깔린 ‘파르누’(Parnu)를 여행한다. 특히 발틱해에 인접한 파르누는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으며, 축제가 끊이지 않아 여름이면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휴양도시다. 
이곳 파르누의 탈린문을 지나면 발리캐르 호수를 따라 발틱해와 마주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발틱해와의 조우는 발틱3국을 여행하면서 찍어야 할 마침표라 할 수 있으니까… 겨울 몇 달간은 꽁꽁 얼어붙는다는 파르누의 발틱해, 옅은 회색빛을 띠는 오묘한 파르누의 발틱해는 잔잔한 움직임으로 마음과 영혼을 움직인다.  

십자가들의 언덕, 라트비아
다음 목적지는 ‘라트비아의 스위스’, 시굴다(Sigulda)다. 시굴다는 가우야강을 끼고 고즈넉이 자리잡은 도시로, 1207년 이 일대를 지배하며 잔인한 전투를 벌이기로 악명이 높았던 ‘검의 형제 기사단’이 요새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대표 명소인 투라이다성(Turaida Castle)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200년대 리가 대주교의 거처로 지어졌다. 수차례 파괴된 이후로 20세기 중반에 다시 복원되었고 현재는 라트비아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원통의 탑 꼭대기에 있는 망루에 올라 비스듬한 각도로 보면 투라이다 성 뿐만 아니라 멀리 빼곡하게 자리하는 숲과 가우야 강까지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또한 ‘사랑의 동굴’이란 애칭을 가진 ‘구마타니스 동굴’도 시굴다에 있다. 이 동굴에는 17세기 스웨덴 점령 시절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아리따운 아가씨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 때문인지 동굴 안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연인들의 이름과 사랑의 맹세가 가득하다.
다음 여정지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다. 구시가지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가는 13세기 이후 한자동맹을 주도한 맹주답게 중세 건축물들이 훌륭하게 보존돼 있다. 표드르 대제 동상 자리에 설치한 ‘자유의 여신상’, 스웨덴 군인들이 화약 저장 목적으로 쌓은 ‘화약탑’, 고딕양식·더치 매너리즘·바로크 양식 등 각기 다른 스타일로 15~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삼형제 건물’, 중세시대 길드가 쓰던 화려한 건물인 ‘검은머리 전당’ 등이 유명하다.
이어 샤율레이(Siaulial)로 이동하면 그 유명한 ‘십자가들의 언덕’을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 언덕은 발틱3국을 대표하는 성지라 할 수 있다. 라트비아인들은 구 소련의 종교 탄압에 항의하며 낮에는 철거하고 밤이면 십자가를 세웠다.  

호수에 내려앉은 리투아니아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빌뉴스(Vilnius)의 올드타운은 중세시대의 건축물들이 약 1,500개 이상 남아 옛 향취를 물씬 뿜어낸다.
빌뉴스를 상징하는 건축물은 700년간 리투아니아인들의 신앙적 중심지였던 ‘빌뉴스 대성당’, 러시아 정벌길에 나선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던 ‘성안나 성당’, 14세기 지어진 ‘대통령궁’ 등이다. 또한 구시가지 끝자락에는 예술가들이 세운 가상의 나라인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다. 비록 만우절에 만들어진 가상의 나라이기는 하지만 매년 건국 기념행사도 열린다. 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머감각에 기분 좋은 웃음이 퍼진다.  
그리고 리투아니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빌뉴스에서 30km 가량 떨어진 '트라카이'(Trakai)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둘러보아야 할 명소는 단연 트라카이 성이다. 호수 위의 성으로 불리는 트라카이는 마치 동화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주변에 공장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트라카이 성은 수세기에 걸쳐 전쟁에 걸쳐 파괴되었다가 1955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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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청정 바이칼 호수의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오랜 전설들을 간직한 알혼섬 부르한 바위도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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