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많은 호수가 있지만, 바이칼(Baikal)만큼 관심을 끄는 호수는 드물다.
‘성스러운 바다’ ‘세계의 민물 창고’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등 다양한 수식어를 보유한 바이칼호는 우리 민족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승려 일연(1281년)이 남긴 ‘삼국유사’에는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 형성이 기원전 2,333년으로 기록돼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우리 민족이 바이칼호 남부의 오르콘강과 툴라강의 상류에서 유목민으로 살다가 후빙하시대에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징기스칸이 호령하던 몽골을 가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경유해 몽골 울란바토르(Ulanbator)에 착륙한다.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란 뜻의 울란바토르에서 만나게 될 첫 명소는 징기스칸의 청동 기마상이다. 고향을 바라보는 징기스칸 동상의 높이는 무려 50m. 내부에 설치된 엘레베이터를 타고 동상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또 동상 앞에서는 징기스칸처럼 용맹한 장수라도 된 양 거대한 독수리를 팔뚝에 올려놓은 채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건너편 언덕에는 징기스칸의 어머니 후엘룬 동상도 자리한다.
테렐지국립공원에 들어서면 자작나무와 버드나무숲이 강가에 빽빽히도 들어서 있다. 우뚝 솟은 바위, 깎아지른듯한 절벽, 숲, 초원, 강가에서 수영과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테렐지국립공원은 필자에게 초원 걷기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 곳이다. 바람과 햇빛, 순도 100%의 자연을 만끽하며 거닐기에 좋다.
이 국립공원에는 약 400여개의 게르 캠핑장과 특이하게 성황당(오워)도 있다. 큰 돌무덤 위에 오색 천들을 깃대에 매달아 꽂아놓고 제단도 설치해두었다. 옛날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모양새다. 성황당을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외에도 1930년 공산치하에서 스님들이 숨어 지냈던 백스님 동굴, 기암괴석, 거북바위 등이 눈길을 잡아끈다.
여행자의 의사에 따라 말을 타고 약 한 시간동안 초원을 가로지르며 몽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초반에는 영 어색하지만 달리다 보면 기마자세가 제법 훌륭해진다. 고삐를 잡고 가끔 “추~”라고 외쳐주기만 하면 된다.
승마를 마친 후에는 유목민이 사는 전통 게르를 방문해 다과와 차를 대접받게 된다. 이곳에서 몽골인들의 생활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우유를 끓여 화덕 위에 두면 이것이 응고되어 고소한 치즈가 된다. 말젖을 삼천 번 정도 저어주면 마유주가 되어 술로 마신다. 또 마른 말똥은 음식을 만들 때 연료로 쓰고 게르를 덮일 때 석탄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마른 말똥에 불을 붙여 냄새를 맡아보면 꽤 향기로운 풀냄새가 나는데, 이렇게 불이 붙은 말똥은 모기나 파리떼를 퇴치시키는 역할도 한다. 
다음날에는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울란바토르 시내로 향한다. 시내는 전통 게르와 일반 주택들이 공존해 있다. 동양 최대 크기의 불상이 있는 ‘간단 테그친렌 수도원’, 몽골 제국의 마지막 왕이 20년동안 살았던 ‘복트칸 겨울궁전’,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인 ‘수헤바타르 광장’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이산 전망대’, ‘이태준 열사 기념공원’ 등이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을 찾아…
몽골을 뒤로 하고 시베리아 철도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드넓은 대지를 가로지를 기차가 출발 소식을 알리니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 사람들조차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여행 중 하나로 꼽는 특별한 경험이다.
바이칼 호수를 찾기 위해서는 이르쿠츠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르쿠츠크는 흔히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과거 제정 러시아 시절 귀족들의 유배지였던 이곳에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독특한 양식의 정교회 성당이 많다. 19세기 중엽인 1867년, 알래스카가 미국에 팔리기 전까지는 알래스카도 이르쿠츠크 총독 관활 지역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의 물이 빠져나오는 유일한 강인 앙가라 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다. 바이칼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강이 336개인데 호수의 물이 빠져나오는 출구가 앙가라 강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놀라울 따름이다.
드디어 한민족의 발원지인 바이칼 호수를 만날 차례다. 바이칼 호수는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이다. ‘사면의 바다’라는 의미도 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바이칼 호를 ‘북해’라고 불렀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깊은 민물호수다. 어찌나 광대한지 호수보다는 바다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육지와 육지 사이에 깊숙이 박아놓은 쐐기 같은 모양새로, 길이는 부산에서 평양 정도. 면적은 남한의 삼분의 일 크기다. 약 2천5백만년 전에 형성됐으며,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1,637m이고 전세계 담수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수량은 미국 5대호의 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햇볕이 잘 드는 날에는 수심 30~40m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수질이 투명하다.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의 26개 섬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다. 사휴르따 선착장에서 연락선인 빠롬을 타고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알혼섬에서는 ‘부르한 바위’가 유명하다. 아시아 대륙에 존재하는 아홉 성소 중 한 곳이다. 이 바위에는 부족의 탄생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다.   
날이 저물고 어둑해진 바이칼 호수는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가 되는 이곳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차츰 남쪽으로 이주해 한반도에 정착했다고 하니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조상들도 이 호수를 바라보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해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몽골·바이칼 호수의 마지막 여정은 알혼섬의 북부 지역을 러시아 미니버스인 무지크를 타고 여행하는 것으로 장식한다. 사자와 악어가 물속으로 자맥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의 ‘하라쯔이곶’, 전설의 삼형제 바위, 하늘로 향한다는 통천문, 후세를 위해 기도하는 곳인 사랑의 언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시베리아 대초원을 거니는 트래킹 코스가 유명한데, 들꽃이 만발한 초원길을 따라 산책하는 시간은 시베리아 대초원에서만 가능한 힐링 체험이다.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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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청정 바이칼 호수의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오랜 전설들을 간직한 알혼섬 부르한 바위도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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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혼섬은 샤머니즘의 고향이다. 지금도 이곳 원주민들은 철마다 성대한 제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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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근교 테렐지국립공원에서는 게르 캠프에 머물며 몽골의 청정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