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커뮤니티 칼리지 연계한  
유럽식‘도제 프로그램’확산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인 지멘스 에너지가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 가스터빈 생산 공장을 열며 800명의 새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개최한 잡페어에 1만명 이상이 몰렸다. 하지만 지원자의 15% 미만만이 9학년 수준의 독해와 쓰기, 그리고 수학 시험을 통과했다. 지멘스 USA 대표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에릭 스피겔은 “우리 공장들에서는 20~30피트에 한 대꼴로 컴퓨터가 놓여 있다. 공장 플로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과거보다 더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지멘스에서는 고졸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십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수백만 달러짜리 농기구들을 고치는 잔 디어 딜러들도 마찬가지다. 트랙터들과 추수기들을 고치는 것은 고등 수학과 종합적인 기술, 그리고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워싱턴주 왈왈라 커뮤니티칼리지의 잔 디어 농업프로그램을 관장하는 앤디 위넷은 “컴퓨터가 수리공구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들을 되찾아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볼스테이트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사라진 일자리 10개 중 9개는 무역협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동화에 의한 것들이다. 이런 일자리들은 설령 돌아온다 해도 고교 졸업장으로는 메우기 힘든 것들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공장 플로어의 일자리들에 필요한 기술과 이를 위한 교육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많은 이들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들 믿는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학진학 운동은 종종 학사학위 취득과 뒤섞여 버린다. 많은 고교 졸업생들은 준비가 덜 상태에서, 왜 자신들이 진학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생각도 없이 대학에 간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고교 졸업생의 44%가 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이들 중 4년 안에 학위를 받는 비율은 절반이 안 된다. 또 2년제 대학은 직업 교육 기능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2년제 대학 학생들 가운데 80% 정도는 학사학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미국의 학생들은 중간수준 기술을 요하는 커리어로 갈 수 있는 길이 별로 열려있지 않다. 이 일자리들은 고교 졸업보다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요하지만 학사학위가 필요한 것들은 아니다. 주로 컴퓨터 테크놀러지와 의료 케어. 건설, 고기술을 요하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들이다. 
조지타운대 부설 교육 및 노동력 센터 소장인 앤소니 카네발리는 “학사학위는 황금 표준이다, 그러나 고등교육은 학생들에게 훈련과 교육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고등교육은 노동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격차라는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오늘날 직업시장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교육과 함께 자신들의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는데 유용한 특별한 기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잔 디어는 딜러에서 일한 테크니션 양성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커리큘럼과 농업 장비들을 여러 커뮤니티 칼리지에 제공하고 있다.  왈라왈라 칼리지에서는 매 분기에 15~20명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잔 디어 딜러들이 후원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수자들은 딜러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이들의 초봉은 4만달러에 약간 못비티는 수준이다. 
카네발리는 중간수준 기술을 요하는 일자리들의 40%는 연 5만5,000달러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4% 정도는 연 8만달러를 넘는다. 참고로 학사학위를 소지한 젊은층의 중간소득은 5만달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잔 디어 같은 프로그램 하면 고교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학생들을 연상하지만 왈라왈라 칼리지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면 고교시절 고등수학과 작문 클래스를 택해야 하며 4년제 대학에 진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이런 도제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성적이 아주 뛰어난 학생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자격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자 지멘스는 2011년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4년간의 현장 훈련 프로그램과 인근 센트럴 피드몬트 커뮤니티 칼리지의 준학사 프로그램을 연계한 것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졸업생들은 학비 부채 없이 연 5만 달러 이상을 벌게 된다. 샬롯 15개 고교를 대상으로한 프로그램 충원을 책임지고 있는 로저 콜린스는 “이 프로그램은 저학력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드 로빈슨은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평균 학점 3.75로 전교 10등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다. 이미 노스캐롤라이나 샐롯 캠퍼스 등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부모에게 진로를 바꿔 지멘스 도제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모님은 반대했다. 하지만 오픈하우스에 가보곤 마음을 바꿨다”고 로빈슨은 말했다. 로빈슨은 “4년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많은 내 친구들은 좀 더 많은 도제교육을 받았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내 경험은 다른 친구들보다 나를 앞서게 만들어 주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도제 프로그램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기업 중역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도제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에 이르는 경로로 존중받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도제 프로그램이 건설, 그리고 노조와 연관돼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2차 대전 후 도제 프로그램들은 소방대원과 의료 기술자 등으로 확대됐지만 대학진학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류 커리어 진로로 전락했다. 최근 노조가 약화되면서 도제 프로그램은 한층 더 약화된 상태다. 
현재 연방노동부에 등록된 도제 프로그램은 총 2만1,000개에 약 50만명 정도가 된다. 많은 것처럼 보여도 미국 18~24세 젊은이 중 단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요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참가자는 꾸준히 늘어 2013년 이후 참가자 수는 35%, 프로그램은 11% 정도 증가했다.    
오바마 시절 노동부 자완을 역임한 토머스 페레즈는 “도제 프로그램은 부채 없이 다닐 수 있는 또 다른 대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2018년까지 도제 프로그램을 두 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었다. 도제 프로그램 옹호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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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빈을 생산하는 지멘스 에너지 공장 내부. 지멘스는 샬롯에 새 공장을 오픈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갖춘 직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