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회고‘밤’ ·흑백문제 다룬 ‘앵무새 죽이기’ 등 35권
1년간 매달 1권 읽고“역사적 아픔 이해”… 뮤지엄 방문도 명령

지난해 가을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의 옛 흑인학교 건물을 인종차별적이고 반(反) 유대주의적인 낙서로 훼손시켜 체포된 10대 청소년 5명에 대해 법원이 지난 주 색다른 처벌을 내렸다. 검사의 의견을 수용해 판사가 내린 처벌은 ‘책 읽기’였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매달 한 권씩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명령한 것이다.
아무 책이나 읽는 것은 아니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분열적이고 비극적인 시기를 다룬 책이어야 한다. 


법원은 이들이 선택해서 읽을 수 있도록 35개의 도서목록을 제시했는데 그 중에는 나치 독일의 유태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회고한 엘리 위젤의 ‘밤(Night)’, 노예시대 남부를 배경으로 한 흑인 여류작가 마야 안젤루가 1969년에 발표한 이정표적인 자전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아프가니스탄 두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칼레드 호세이니의 강렬하고 감동적인 소설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도 흑백문제를 다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와 레온 유리스의 ’엑소더스(Exodus)’,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 리처드 라이트의 ‘네이티브 선(Native Son)’과 ‘블랙보이(Black Boy)’,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해는 또 다시 뜬다(The Sun Also Rises)’ 등과 함께 난징 대학살을 다룬 아이리스 챙의 ‘난징의 강간(The Rape of Nanking)’도 들어 있다.
백인 2명과 3명의 소수계인 이들 10대 5명은 작년 9월30일 흑백인종 역사의 유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애쉬번 컬러드 스쿨의 오래된 건물 3면벽에 ‘화이트 파워’ ‘브라운 파워’등의 문구와 함께 나치문양, 공룡그림, 외설적 그림 등 낙서를 하여 훼손시킨 혐의로 10월에 체포되었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교실 한 개짜리 이 학교는 북 버지니아주의 인종분리 교육시절에 흑인학생들만 가르치던 곳으로 너무 낡아 훼손 당시 보수위한 모금 캠페인이 막 시작된 상황이었다.
이 건물의 소유주인 라우던 기프티드 스쿨의 설립자인 딥 스란은 훼손 소식을 듣자마자 학교로 달려갔었다면서 학생들이 바로 1주일 전에 창문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그 창문에 온통 스프레이 낙서가 가득한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인구 4만3,000명의 작은 커뮤니티 애쉬번의 주민들은 수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말에 모여 페인트칠을 도왔고 보수모금운동에 기부도 했다.
일부는 나치 문양 스와스티카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도 몰랐다고 한 5명의 10대는 사유재산 훼손과 불법침입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고 판사는 이들에게 1년간의 독서와 함께 워싱턴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일본계 미국인 격리수용 전시관’ 등도 방문할 것을 명했다. 이들은 아울러 나치 문양이나 ‘백인의 힘’ 같은 문구가 흑인 커뮤니티 및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써야 하며 1938년부터 1945년 사이 애쉬번 컬러드 스쿨에 다녔던 이본느 닐 할머니의 경험담 인터뷰를 녹음한 것도 들어야 한다.  이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명령을 이행하는지는 보호관찰관이 점검하게 된다.
15세부터 19세까지의 이들 청소년에 대한 이색판결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이민 1세인 담당검사 알레한드라 루에다였다. 
“처벌로서 독서 목록을 선정한 것은 19년 검사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들이 관련 서적을 읽고 깨닫는다면, 역사적 아픔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루에다 검사는 자신도 멕시코에서 자랄 때 도서관 사서였던 어머니가 유태인들의 역경을 다룬 레온 유리스의 ‘엑소더스’와 ‘미틀라 18’등을 추천해주어 읽은 후 이스라엘과 홀로코스트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목록 정하기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이 책들 중 일부가 과거 금지도서로 지정되었었기 때문이다. 흑인작가 리처드 라이트의 자서전 ‘블랙보이’를 비롯해 마가렛 앳우드의 ‘시녀이야기(The Handmaid‘s Tale)’와 마야 안젤루의 작품들이다. 그래서 10대들의 변호사들과 가족들이 종교 등을 근거로 이의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에게 먼저 목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프티드 스쿨의 설립자 딥 스란박사는 “세계의 모든 자원을 가진 매우 다양한 이 카운티에서 2016년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났고, 16, 17세 아이들이 금요일 밤에 이런 짓을 궁리했다면 교사들의 책임도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으려면 그것은 교육의 노력을 통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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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지역주민들이 10대 몇 명의 인종차별 낙서로 훼손된 옛 흑인학교 애쉬번 컬러드 스쿨에 새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교실 1개짜리 이 학교는 흑인학생 전용으로 1800년대에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