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대학원 진학 1년 간 뒤로 미루고
여행·봉사 등 통해 삶의 경험 쌓는 시간
가치관 적립·공부 동기부여 장점 있지만
학업포기 등 개인성향 따라‘독’될 수도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갭 이어’가 미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간 휴학하는 이 기간을‘갭 이어’(gap year)라고 부르고 있다. CBS 방송은 2015년에만 고교 졸업자 3만3,000 명이 ’갭 이어‘를 택했다면서 이는 2011년보다 2배나 급증한 수치라고 전했다. AP 통신도 해마다 3만∼4만 명의 학생이 ’갭 이어’를 지낸다고 전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1년을 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갭 이어’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갭협회’는 연례보고서에서 2015년의‘갭 이어’ 학생은 전년보다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갭 이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이 한다고‘갭 이어’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갭 이어’를 활용하기에 따라 자신에게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갭 이어’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남가주의 4년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한인 남학생은 대학을 졸업한 후 1년의 ‘갭 이어’를 가진 후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의대 공부가 워낙에 오래 시간이 걸리고 힘든 과정이라 여행 등을 다니면서 미리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파트타임으로 지역병원의 응급실(Emergency Room)에서 의사의 처방을 컴퓨터로 적는 일을 하면서 의사들이 응급상황에서 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의대에 합학하기 전에 1년여 동안 실제로 의사가 하는 일을 지켜본 것은 자신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의과대학 1학년 2학기에 재학중인 이 남학생은 지금도 한달에 한번 정도 자신이 일했던 응급실에서 일을 하면서 의료 현장과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지역병원에서 직접 연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 ‘갭 이어’ 증가 추세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아이비리그를 필두로 노스웨스턴 의대 등 엘리트 대학이 ‘갭 이어’를 학생들에게 장려한다. 하버드대는 아예 홈페이지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이 등록을 1년 미루고 여행 또는 특별한 활동 등을 하거나 다른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길 권장한다”며 “매년 80∼110명의 학생들이 입학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대입과 취업을 위한 준비가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1년여의 ‘타임 아웃’을 통해 “한발 물러나 돌아보면서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대한 시각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그동안 익숙하게 받아온 주위의 압력과 기대에서 벗어나 삶의 경험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프린스턴대와 노스캐롤라이나, 터프츠대 등은 입학을 앞둔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본격적인 학문을 배우기에 앞서 국내 또는 해외에서 변혁적인 1년을 보낼 수 있는 독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갭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에서의 경험을 터득하고 개인의 성장을 느끼고자 ‘갭 이어’를 택한다는 응답자가 92%에 달했다. 85%는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고 싶어서라고 답했고, 전통적인 학업 과정에서 잠시 쉬고 싶었다는 답도 81%나 나왔다.
‘갭 이어’가 학업 성취도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들버리칼리지 입학허가처의 조사 결과 ‘갭 이어’를 사용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다.

■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갭 이어’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잘못 활용하면 학교로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자녀가 독립적인 스타일인지 아니면 시스템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편안해하는 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괜히 학교에 바로 입학하면 공부 잘 할 얘를 오히려 ‘갭 이어’를 시킴으로써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는 이 점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 경비 문제도 생각해 본다
무조건 멀리만 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멀리로 선교여행을 떠나도 좋지만 의외로 가까운 의사 오피스, 변호사 사무실, 파트타임 잡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니면 비영리 봉사기관 등에서 무료로 봉사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만 하다. 인생은 사실 혼자 개척하는 것이다.

■ 가치관을 재정립해본다
사실 고교 생활을 하면서 대입시에 지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 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헐레벌떡 대입에 골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유명 사립대학의 경우 다시 살인적인 경쟁이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다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학생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이 시점에서 자신의 대학 공부에 대한 가치를 견고하게 다져놓지 않는다면 쉽게 지칠 수 있다.
따라서 ‘갭 이어’ 동안 입시 경쟁에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전공 또한 신중하게 결정하는 시간을 1년여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당장에 1년을 손해보는 것 같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1년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갭 이어’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시행착오를 하면 하는대로 올바른 결정을 해서 수확을 거둬도 둘 다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취업 및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젊음의 특권은 방황과 도전이다.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행도 갈 수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파트타임이 됐든 인턴직이 됐든 그 일을 하다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면 재미있고 또 다른 일을 하면 재미없는지 현장에서 겪어보는 경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나중에 대학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하는 데 이보다 좋은 판단 기준이 없을 것이다. 또한 바로 대학에 들어가서 현장 경험이 없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대학에 다니면서도 지속함으로써 나중에 치열한 취업난에서 남들보다 경험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문 사례이지만 명문 사립대에서 거절된 학생들이 때로는 ‘갭 이어’에서 의미 있게 보낸 활동이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띄어 입학이 허가되는 경우가 있다. 하버드에서도 ‘갭 이어’를 의미있고 독특하게 보낸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갭 이어’가 손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또한 일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때로는 오지에 여행을 가서 삶의 다른 면을 볼 수도 있다.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 진학 혹은 취업이 기다리고 있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오랜 기간 여유 있게 일상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은 먼저 대학에 입학해서 1년을 끝냈는데 캠퍼스에 돌아가면 괜히 뒤지지 않나하는 걱정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생의 깊이가 더해졌고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된다는 점에서 손실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볼 수도 있다.

■ 갭 이어 프로그램들
▲갭 이어 컨설턴트 프로그램(interimprograms.com)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혹은 직장 사이의 휴면이나 안식년 기간에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다. 

▲언어연수 프로그램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에 직접 거주하면서 언어를 배운다. 대학 간에 상호협정이 맺어져 있다면 이왕이면 학점을 인정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경보존 프로그램
열대림에서 환경보존 프로젝트 자원봉사를 해본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무료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타임아웃협회 프로그램(whereyouheaded.com)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국 및 해외 프로그램 중 맞는것을 선택할 수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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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갭 이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큰 딸인 말리아가 선택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