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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흙 냄새

지역뉴스 | | 2018-03-10 18:18:40

김정자,칼럼,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흙냄새가 계절을 몰고 들어선다. 절기란 신기할 정도로 묘하다. 우수,경칩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목련이며 홍매화 꽃잎이 열리고 개나리도 망울망울 봉오리가 벙글고 있으니 말이다. 상기도 이른 여름 흉내를 내기도한다. 흙냄새 사이로 넌즈시 계절의 혈맥을 뻗어내며 평온하고 잔잔하게 꽃을 피워내고 있다. 가없이 예쁘디 예쁘다. 노오란 봄 꽃이 곱고 아리땁다. 푸른 물빛을 띈 꽃 군락지가 양지바른 둔덕에 외롭지않게 옹기종기 흙냄새에 취한듯 한가롭기 그지없다. 서둘러 추위를 밀어내고 적막같은 고요로 땅의 열기를 품으며 한사코 봄을 재촉하듯 여리디 여린 꽃잎을 피워낸 것이다. 여늬 아름다움이 봄의 생명력에 비견될까. 만상이 새롭다. 비 내린 뒤라서 흙내음마저도 새롭듯 상쾌하다. 산뜻한 흙 내음에 깊어있던 숲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햇살도 엽렵하게 드리워지고, 나목 가지마다 생명을 옹위하는 벅찬 환희의 시를 뿜어내고 있다. 수고한 만큼 거두게하는 흙의 정직함을, 모진 비바람을 품어 낸 흙의 온유함을, 이름 없는 들풀도 잡초도 머물게 해주는 흙의 너그러움을. 한알의 씨앗을 위해 스스로 몸을 비켜낼 줄 아는 흙의 사랑을 심중 깊숙히 새겨두기 위해 흠신흠씬 깊은 호흡으로 흙내음을 들이킨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흙냄새를 잊어가고 있다. 삶의 편의를 제공해주는 콘크리트문화 탓에 문명의 이기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종속당하고 있는데도 인생들은 날마다 뒷꿈치를 들며 더 나은 더 발전된 디지털문화를 구가하며 흙을 향한 외면을 습관처럼 방관하고 있다. 필자의 유년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또래들과의 다사로운 추억 마저도 흙길인 신작로에서 이루어 졌다. 생명력이 둥지를 틀수 없는 디지털문화에 중독돼버린 동심에는 더 이상의 시어가 머물 수 없음에 난감하고 안타깝다.첨단문명이 동심을 앗아버렸기에 흙과 가까워지지 못한 동심은 그 갈증을 폭력으로 풀어내고 세상은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다. 물질문명에 젖어 다사로운 흙의 자애로움을 맛보지 못하는 측은함이 마음을 찌른다. 얄팍한 기계문명을 등에 업은 문명사회의 풍요에 이미 젖어버린 동심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는 용기로움으로 자연의 넉넉함을 배워가며, 자연 앞에 겸허할 줄 알아서 자연과의 교감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어른들의 책무가 무색하다. 흙과 인간과 생명의 유착 관계 조차에도 가르침을 받지 못한 동심의 공허함이 유난히 깊고 커 보인다. 유년의 신작로 흙길이 아스라히 그립다. 동무들과 어우러지는 웃음소리랑 재잘거리는 소리가 여태껏 귓전에 머물러있다. 

세상은 너무나 요란하고 쉼 없는 손가락질과 빈축으로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지만 숲을 찾고 흙내음을 흠씬대다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겸허로 몸을 추스를 수 있어진다. 게으르고 틈이 많은 김에 흙처럼 바보가 되어 살아지고 싶다. 인생들을 위한 무한의 섬김의 세월을 보냈건만 끝 없는 짓밟힘을 묵묵히 감수하는 흙의 겸허와 인내와 생명력을 읊조려 본다. 흙내음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아득함을 품고 있다. 흙 냄새는 창조의 내음이요 기틀이요 터전의 마음이라서 흙과 함께 있노라면 인생은 영원히 외롭지 않을 것이라서 부족해도 밀어내지 않으며 삶의 기쁨을 저변으로 번지게하는 사랑과 소박이 오묘함으로 질펀하다. 흙처럼 살아가리라는 아름다운 시어가 봄 꽃처럼 오밀조밀 피어났으면. 흙에서 태어났으니 흙처럼 살아가다 흙으로 돌아가야 온당한 길인것을. 온갖 폐기물이며 오염된 더러움을 마다않고 품어내며 삭여내며 세월에 묻어두는 흙의 능사를 익혀야하리. 

흙의 부요는 생명의 근원을 품고 있기에 언제나 의연하고 당당하고 넉넉하다. 흙에는 치유 능력이 무한으로 숨겨져있어 흙 냄새만 맡아도 평온이 스며들고 관용과 자족을 전이받을 수 있다. 텃밭을 일구어낼 시기의 이르기가 저 만큼이었는데도 서둘러 고랑을 만들고 흙을 돋우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때가 되면 솎아내고 수 없이 텃밭을 들락거렸던 시간들이 그립다. 그 때만큼 흙냄새를 한 껏 맡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텃밭마저도 손에서 떠나버렸으니 흙내음이 그리울 수 밖에. 흙 알갱이에는 활력의 피가 돈다. 흙을 품은 자연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생존 또한 불가한 것이어늘. 산책길에서 훅하고 끼치는 흙냄새가 시원한 한줄기 바람처럼 세상 살아가느라 소란해진 마음을 고향처럼 다둑여 준다. 흙만큼 정직하고 충만한 것이 어디있으랴, 소리치고 싶은 봄날이 아직은 서먹하고 상긴 느낌이 도는 스산하고 을씨년스런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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