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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가을 배웅

지역뉴스 | | 2017-12-02 19:19:46

김정자,가을배웅,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달력이 마지막 한장만 남았다. 이미 가을은 계절의 길목을 돌아선 것이나 진배없음인데도 가을이 멈춰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붙들고 있는 이즈음이다. 계절의 흐름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인데 가을이 머물러있을 것 같은 억지스런 발상을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조금은 구차스럽다. 더디 떠나기를 바램하는 연민 탓에 가을 배웅이 쉽지 않다. 가을과 함께 내내 정체하고 싶은 것은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쉼표를 찍어주는 계절이라서 그러하리라. 아 가을이 왔구나 하며 탄성을 질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겨울이 어느새 한달음에 달려온 듯 겨울 입성을 찾게된다. 가을을 눈배웅으로라도 바래다 주어야할 것 같아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가을 끝자락에 찾아나섰다. 나목의 떨림과 버림의 미학을 찾아 지난 해 한 겨울에 찾았던 스모키 마운틴 정상은 삭풍으로 걷기조차 겨웠는데 늦가을에 찾아든 방문객이라 소홀치 않으며 맑고 온화한 일기로 맞아주었다. 응달진 산비탈에 쌓인 눈이 진풍경처럼 반갑다. 투명한 고드름도 만나고 아직 떠나지 못한 단풍의 어설픈 손짓도 만난다. 기대 없이 찾아든 깊은 산은 끝없는 능선의 흐름으로 호젓한 고요를 안겨준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의 짙푸른 투명이 시린듯 맑다. 서두름 없이 단정하게 흐르고 있는 청량함에 눈길이 붙들린다. 나목이 촉촉한 물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가을이 싫증난 바람결에 나뭇잎이 우수수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흐르는 물살에 실린 낙엽들이 허겁지겁 물살을 부여잡듯 떠내려 간다. 추위를 데불고 올 계절의 속궁리가 끝모를 우수처럼 가랑잎과의 동행을 수용하며 무심한듯 흘러가고 있다. 깊어질대로 깊어진 가을 정취가 수필과 함께 익어가고 있다해서 가을을 하냥 붙들어 둘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깝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간간이 가볍게 읽을 수 있을뿐 아니라 그리 큰 기대감 없이 손에 잡을 수 있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읽을거리로 선택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상처를 치유 받기도하고 기대 이상의 깨우침을 덤으로 얻게해주는 수필집이 가을과 해화하는 어울림의 교유가 자연스러운 조화로움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수필집 하나 쯤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 곰실곰실 꿈을 꾸고있다.  

 

가을은 강열한 계절과 냉랭한 계절 사이에 스치우듯 머물다 가는 계절이다. 차갑고 냉혹한 계절을 비집고 뜨거운 자외선의 계절 사이에 머물며 소쇄함을 뿜어내는 봄의 존재감처럼. 추적추적 뒷모습을 수습하고 있는 가을의 품새 속엔 물레방아 돌듯하는 계절들의 화음이 흡수되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가을이 되면 성찰과 자각의 몸가짐으로 매무새를 다듬게 되고 감성적인 모드로 흘러가게 된다. 자연의 균형이 인생사에도 알맞게 적용되고 있는것이 심오하기 이를데 없다. 필경에는 인생사도 계절처럼 돌고 돌아서 끝자락이 언뜻언뜻 비쳐지기 마련이라 인생의 생사화복과 견주어지듯 나란한 평행선을 이루며 함께 가고 있음을 수긍할 수 밖에 없음이다. 가을의 향취와 지성과 열정의 여운을 담고있는 감회가 종내는 배웅해야하는 길목인데 문득문득 솟아남을 어이해야 할거나. 떠나고 떠나보내는 모든 일에는 행복했던 순간들이 씨앗처럼 여물어있다. 별리를 올올이 그리움으로 엮을 수 있는 계절은 딱히 가을 밖에 없다는 근원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봄의 몽상과 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무채색 감성을 은근히 비교하게 된다.

 

계절을 향한 사소한 취향마저도 가을 배웅을 위해 담담하게 풀어내야 할 것 같다. 거센 바람의 휘둘림을 견뎌낸 낙엽의 처연함 마저도 계절을 마음껏 묘사할 수 있는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가을이 건네주는 평안의 인식도, 낙엽을 묘사하는 처연함도, 아름다운 안식의 표징이라 하고 싶다.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나그네의 안식는 허물없이 편안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라서 가을의 서정을 내 집처럼 누리고 싶다.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여정이었기에 기력이 쇠잔해지면 육과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는 슬기로운 쉼을 가을이라야 향유할 수 있을 것 같은 조마로움이 가을배웅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배웅길 같이. 가을은 버림의 미학을 안겨주고 아름다운 배웅을 부탁한다. 시니어 아파트에서의 배웅의 이치도 예외가 아닌 귀결로 다가오기에 가을 미학을 마음껏 현모하며 애틋한 가을배웅을 하려한다. 노을진 하늘가으로 미묘한 여운을 짚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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