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처음으로 높아
트럼프, 보험료 인하 연기 등
주택시장에‘빨간불’우려
집값의 3.5%만 다운하면 얻을 수 있는 연방주택국(FHA) 모기지 융자 연체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FHA 융자란 다운페이먼트와 크레딧이 부족한 바이어들이 단독주택이나 콘도를 구입할 때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FHA가 보증을 서주는 융자를 말한다.
미국 모기지은행가 협회(MBA)가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FHA 융자 연체율은 9.02%를 기록, 직전 분기의 8.3%보다 0.72%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연체율이 직전분기에서 처음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인 8.3%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MBA는 2014년 이후 바이어들이 취득한 FHA 융자의 연체율이 높았고, 연체된 융자의 대부분은 페이먼트가 30일 정도 밀렸다. 데이빗 스티븐스 MBA 회장은 “FHA 융자 연체율이 상승한 것이 일시적인 상황 변화인지 트렌드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그러나 경고등이 켜진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상당수는 과도한 학자금 융자, 타이트한 크레딧, 늘어난 비용 등으로 주택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6년 말 현재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율은 50년래 최저치인 63%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FHA 융자를 받을 때 적용되는 모기지 보험료를 융자금의 0.85%에서 0.6%로 인하하는 방안을 무기한 연기하는 조치를 취해 FHA 융자로 집을 사길 원하는 바이어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전미 부동산 중개인협회(NAR)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험료 인하 연기로 올해 미국인 3만~4만명이 주택구입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은 “FHA 융자 모기지 보험료 인하 연기로 미국 내 주택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2월 FHA 융자 연체율이 상승한 정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융자취득에 필요한 최저 크레딧 스코어를 너무 낮게 책정해 신용기록이 좋지 않은 바이어들의 시장 진입을 도운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정확한 원인진단을 위해서는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HA 융자 취득에 필요한 최저 크레딧 스코어는 580점이지만 실제로 융자를 얻는 바이어들의 평균 스코어는 2016년 말 현재 100점 가량 높은 675점이다.
FHA 융자의 최대의 약점은 융자비용이 일반 융자에 비하여 비싸다는 점이다. FHA가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일반 렌더들이 대출을 꺼리는 사람들도 융자를 받을수 있도록 FHA가 보증을 서주는 융자이므로 이 보증 비용을 바이어가 부담해야 한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