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매체를 통해 졸혼이란 단어를 들으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성을 느낀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결혼관이 바뀌면서 결혼에 관련된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황혼이혼이라는 단어도 불과 10년전에는 생소한 단어였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주변에서도 생소치 않게 보게 된다. 결혼한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이 지난 25년사이 14배 가까이 증가한 현상이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듯 '졸혼' 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졸혼이라는 단어로 세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인생을 계획하고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졸혼이라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가 혼인관계는 유지한채 남편과 아내의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 자신의 여생을 자유롭게 사는것'으로 말한다. 즉 결혼생활에서 졸업했다는 말이다. 졸혼이라는 말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즘 황혼 연예인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을 통해 농촌생활을 즐기는 남자연예인과 도시속에 개인삶을 지내는 여자연예인은 분명 부부였고, 이혼소식은 없는데 따로 살고 있고 왕래도 하며 다정한 모습들로 비춰주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졸혼은 각자의 사생활이나 취미,사회활동 등을 존중하기 때문에 싱글과도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배우자와 분리된 삶을 살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상대방의 소중함을 느낄수 있어 다시 재결합 할 가능성도 잠재되어 있어 보인다. 또한 이혼이나 별거로 부부간에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을 수 있으며 자녀에게도 명분상 부모의 권리와 의무가 통용 될 수 있어 자녀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재산 분할등 법적인 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부부인듯 부부 아닌 부부같은 이상한 관계가 될 수 있고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호한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럼 졸혼이 황혼이혼, 별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황혼 이혼은 부부가 자식을 모두 출가 시킨후 각자의 삶을 위해 법적 이혼을 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눌린 여성들의 감정이 90년대 부터 표출되기 시작했으며 여권 성장이 한 몫을 했다. 또한 축적된 재산 분할로 노년을 만끽하게 되었고 대중매체나 드라마등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됐다. 별거는 한집에서도 가능할 수 있는 졸혼과는 달리 서로의 거주지가 분명 다르다. 또한 부부의 감정적 유대관계가 이어지는 졸혼과는 달리 완전히 단절되고 적대적일 가능성이 많고 지속적일 경우 법적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더 쉽다. 한 결혼정보회사 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혼 성인 548명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한 생각을 물은 자료를 인용하면 전체 57% (여성 63%, 남성54%)가 긍정적이라 답을 했다. 필자는 졸혼을 선호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적 문제를 떠나 출산율 저하로 인한 급격한 인구절감 및 노령화가 불러일으키는 시대적 문제를 절감하게 된다. 자기중심적 행복추구와 가정의 의미가 변해가고 있는 이 현실속에 올바른 가정문화는 어떤것인지 질문을 던져 본다. 황혼이혼 보다 더 이기적으로 보이는 졸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드라마등 대중매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정을 흔들고 있는 듯 하여 씁쓸하다.
늘 부족하지만 곁에서 묵묵히 서로를 지탱해 주는 배우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 싱글에게는 미래배우자 선택의 중요성과, 현재 부부의 연을 중단코자 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노후에 당당히 책임질 수 있는 판단과 행동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할 것이다.